(해외건설 돌파구, 엔지니어링)③”적정 대가 보장해 ENG 경쟁력 확보해야”
“설계대가, 적정대금 60% 불과”…외국은 설계점수 중심 낙찰
입력 : 2019-07-22 06:00:00 수정 : 2019-07-22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건설산업이 발전하려면 설계 역량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대형 건설사가 적극 나서지 않으니 엔지니어링 업체가 치고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다. 용역 취급 당하는 엔지니어링 업체가 성장해 대형 건설사와의 계약에서 대등해지면 대형사들도 설계 역량을 키우는 편이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엔지니어링 업체는 해외 플랜트나 국내 인프라 사업으로 먹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사업에선 적정한 사업 대가를 받지 못해 설계 역량을 견인할 고급 인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 같은 구조는 국가적으로 국내 건설산업의 설계 역량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대림산업이 아시아 국가 브루나이에서 수주해 공사 중인 템푸롱대교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근로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엔지니어링업계에서 경쟁력 제고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 건 사업에 대한 적정 대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엔지니어링사업 대가의 기준’에 따르면 설계 용역 대가는 ‘실비정액 가산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발주청 판단 시 ‘공사비 요율에 의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실비정액 가산방식은 직접인건비와 직접경비, 제경비와 기술료 등을 포함해 사업대가를 산정하는 지급기준이다. 실제 쓰는 비용만큼 지급한다는 의미다. 공사비 요율방식은 공사비의 일정 비율만큼 비용을 지급하는 제도다. 
 
발주처는 보통 공사비 요율방식을 선호한다. 실비정액 가산방식보다 비용 산출이 쉽고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주처가 공사비 요율방식에서 요율을 낮춰 비용을 더 깎기도 한다. 
 
발주처의 예산이 애초부터 설계 용역에 적정한 대가를 주지 못하는 수준으로 편성되는 점도 업계가 지적하는 대목이다. 예산 권한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지침은 공사비 요율방식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발주처에 내려가는 예산이 불충분해 적정한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구조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관계자는 “예산 자체가 원래 받아야 할 금액에서 20% 낮은데 공사비 요율방식을 적용하면 20% 정도가 또 깎인다”라며 “강제로 할인하는 부분까지 감안하면 결국 설계 수행 대가로 받는 금액은 적정 대금의 60% 이내”라고 설명했다.
 
민간 발주는 상황이 그나마 낫지만 공공은 설계 용역의 경쟁 입찰 구도 때문에 엔지니어링 업체는 저가로 투찰하게 된다. 공공·민간 모두에서 수익성 확보가 힘드니 고급 인력을 수혈하거나 유지하기도 어렵다. 이는 다시 설계 역량 저하로 이어진다.
 
외국에선 적정한 설계 용역비를 두고 비교적 논란이 적다. 낙찰 제도에서 가격보다 설계역량에 무게를 둔다. 먼저 ‘QBS(품질 기반 낙찰·Quality Based Selection)’방식으로 설계 용역을 발주해 설계 역량만으로 입찰에 참가하려는 업체를 걸러낸다. 이후 본입찰에서 기술만으로, 혹은 기술 점수를 90%까지 매겨 낙찰자를 선정한다.
 
공사 규모에 따라 실비정액 가산방식을 강제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10만달러 이상 사업에 실비정액 가산방식을 의무 적용한다. 여기에 5% 이익률을 설계 업체에 얹어준다. 캐나다는 30만캐나다달러 미만 사업에는 공사비 요율방식을 적용하지만 그외 대가 산출이 어려운 프로젝트는 실비정액 가산방식을 쓰도록 한다. 한국엔지니어링 협회 관계자는 “국내 낙찰제도는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내업계에선 외국을 참고해 설계 용역 대가 지급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비정액 가산방식을 의무화하고 예산편성지침도 이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저가 수주 관행을 끊지 못하면 해외 설계 시장 전망이 밝아도 국내 업체가 발을 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해외 설계 시장은 도시개발이나 인프라 위주로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이 분야에 취약하고 시장 점유율도 플랜트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낮다”라고 꼬집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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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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