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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727명 참여, 월 최대 80만원 지급 ‘청년기본소득 실험’
서울연구원 청년기본소득 지속효과 실험, 연 109억원 예산 투입 예상
2019-08-15 11:52:24 2019-08-15 11:59:07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불평등 사회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떠오르는 가운데 서울연구원이 청년들에게 월 80만원씩 지급해 삶의 변화를 관찰하는 청년기본소득 실험을 제안했다. 14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청년기본소득 지급 효과 검증 목표로 청년층 대상 증거기반 과학적 정책실험 설계’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질 좋은 일자리의 감소와 심화되는 불평등 앞에서 사회보험 기반의 소득보장체계를 대신해 모든 사람에게 일정 수입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The Future of Jobs’ 보고서를 시작으로, 같은 해 6월의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 2017년 시작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등이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한국에서도 2016년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 이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기본소득 논의가 확산됐고, 2017년 대선과정에선 대선후보들이 기본소득을 언급해 세기를 더했다.
 
지자체들도 서울시 청년수당을 필두로 성남시와 경기도의 청년배당, 전남의 농민수당 등 기본소득과 비슷한 정책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급진적이고 완전한 기본소득의 도입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실험은 향후 시행될 기본소득정책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노동시장의 변화를 직면한 청년층은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배제를 지나고 있어 청년기본소득 실험에 적합다.
 
연구진이 제안한 청년기본소득은 19~29세 미취업 청년 1727명이 참여해 개인에게 매월 2년간 현금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객관적인 검증 가능한 표본 수와 중도이탈을 고려해 전체 참가자를 1727명으로 잡았다. 1727명은 각각 인원을 미지급 25%, 월 50만원 25%, 월 80만원 50%씩 배분해 비교분석한다. 월 지급금액 50만원은 현재 청년수당 지원수준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1인가구 생계급여 수준을 고려해 잡았으며, 80만원은 이보다 보장성을 강화한 금액이다. 전체 투입 예산은 연 109억원으로 현재 청년수당에 비해 오히려 적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정책실험 목표지표를 전문가 논의를 거쳐 계량화할 수 있으며 측정 가능한 지표로 특정했다. 그 결과 경제활동인구조사 가운데 미취업청년의 주된 활동 시간비율을 선정했다. 이 지표는 미취업청년의 취업준비 외에도 교육, 여가, 육아 등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을 조사해 청년기본소득이 취업과 고용 등 임금노동 이외에 생산적 활동을 촉진하는가를 측정할 수 있다. 국가통계기관인 통계청에서 매년 조사하는 만큼 신뢰도 높은 시계열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미취업 청년의 주된 활동에 대한 11년간의 조사 결과 ‘그냥 시간 보냄’의 비율은 평균 17.5%로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 전례 없는 현금 지급 실험임을 감안해 사회적 혼란을 막고자 연구진은 일반적인 공개모집이 아닌, 표본을 미리 선정하고 참가동의를 받아 실험을 진행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서울 19~29세 인구가 157만명에 달해 참가 가능 청년이 너무 많아 모집공고와 신청·접수·선발 과정에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초래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또 정책실험의 취지를 설명하고 공정한 무작위 할당을 위해서는 온·오프라인의 신청과 공고로는 충분히 전달하기 힘들다.
 
청년기본소득실험의 효과는 고용상태와 소득 등을 파악하기 위한 행정데이터와 자기기입식 설문조사, 면접조사를 활용해 측정한다. 우선 청년의 행태 및 인식과 관련된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총 3회의 기초 패널조사를 시행한다. 1차 조사는 표본선정을 목적으로 하는 기초조사로 청년기본소득 실험 시행 이전에, 2차 조사는 청년기본소득 지급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 3차 조사는 실험 종료 이후인 2년 후 시점에 시행해 핵심종속변수를 반복 측정한다. 이밖에 실험 기간 중 청년의 변화를 측정하고 실험모형에 반영하기 위해 월 1회 PC와 모바일 앱을 활용한 수시조사를 시행한다. 양적 자료로 수집할 수 없는 청년들의 동기와 행태 변화는 심층면접조사로 관찰한다.
 
홍세화 (오른쪽 두 번째)장발장은행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기본소득 개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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