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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흔드는 노후 인프라②)"유지 보수는 지속적 사업…세금만으론 한계"
미·중 등 인프라 관리 민간투자 유치 선례…"민간투자 유도해야"
2019-11-10 18:00:00 2019-11-10 18: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기반시설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예산 투자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차원에서 SOC 관리 분야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노후 인프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재정 투입 계획을 세웠다. 관련 업계와 학계는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이 같은 조치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프라 관리가 장기 지속하는 사업인 만큼 공공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민간업체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부는 노후 기반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해마다 8조원씩 총 32조원을 투자한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국비로 5조원, 공공·민간에서 3조원을 확충한다.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저리 융자 지원, 세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 예산을 활용해 도로와 저수지, 하천 시설 등의 안전등급을 C등급(보통) 이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1월 발효되는 ‘지속가능한 기반시설관리기본법’ 시행에 맞춰 노후 인프라 관리의 컨트롤타워인 국토안전관리원(가칭)도 신설한다. 정부는 또 5년 단위로 기반시설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와 학계는 이 같은 조치로 노후 기반시설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정부가 산출한 8조원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선언적 대응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정부 재원만으로는 장기 지속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인프라 노후화가 특정 시기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때 필요한 예산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목소리다. 해가 갈수록 낡은 인프라는 계속 나오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인프라 관리를 예산으로 막으려면 투입해야 할 세금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겨우 첫발을 뗀 우리나라의 노후 인프라 관리 체계가 시행 착오를 줄이려면 외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외국은 노후 인프라 관리를 위해 민간 자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상하수도 등 수자원 인프라 시설의 보수·관리 및 운영에 TOT(Transfer-Operate-Transfer) 방식을 도입했다. 정부 소유의 공기업과 국내외 민간기업이 합자회사를 설립한 뒤 시설물 소유권을 넘겨받아 일정 기간 수자원 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형태다. 합자회사는 시설물의 보수와 보강, 유지, 관리를 맡는다. 이후 운영기간이 끝나면 정부에게 소유권을 이전한다. 건산연은 이 같은 방식이 외국 및 국내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시카고 스카이웨이나 인디애나 유료도로 사업에서 시 정부가 소유했던 유료도로를 사업자에게 장기 임대하는 RTO(Rehabilitate Transfer Operate) 방식을 활용했다. 민간이 보수·유지 후 일정기간 운영하는 것이다. 시카고 스카이웨이는 99년, 인디애나 유료도로는 75년간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며 통행료 등 수익은 민간이 가져간다. 두 사업은 민간사업자 유치에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영국과 호주 등에서도 민간 자본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뒀다.
 
국내에선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가 인프라에 민간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호주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금융투자회사 맥쿼리 그룹과 국내 신한금융그룹이 세운 합작회사 맥쿼리자산운용이 설립한 국내 유일 상장 인프라펀드다. 
 
이밖에도 민간자본이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민간투자사업 수는 지난 2007년 117개까지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11개만 추진됐다. 
 
학계에서는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도로나 지하철 등 민간이 참여하는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인프라 관리에서 국가 재원이 부족해 부채를 끌어오면 그 뒷감당은 후세대가 질 것”이라며 “민간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거나 기반시설 이용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 수익성을 확보한다면 민간 자본을 유치하기 용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에 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서 발생한 가로 5m, 세로 4m, 깊이 5m 크기의 싱크홀 모습. 사진/뉴시스
 
경기 동두천시에서 보행자 전용 다리가 붕괴돼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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