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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IPO 법률자문, 해외 기업만 필수?
2020-01-08 06:00:00 2020-01-08 09:01:26
국내 증시의 상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반대로 경영투명성에 대한 기준은 높아졌다. 양적 요건을 완화하고 다양한 상장 제도를 만든 대신 질적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기업공개(IPO)를 시도하는 기업이 늘어난 만큼 상장 후에도 투자자보호에 문제가 없는 회사를 찾아내려면 질적 심사 기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영투명성은 질적심사의 요체로 꼽힌다. 내부통제규정, 투명한 지배구조 등 상장사에겐 당연히 요구되는 기준이지만, 소규모 개인회사나 가족기업들은 갖추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상장 전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아 체계를 갖추고 주식시장을 노크하는 기업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상장 준비 단계에서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산, 계약, 라이센스, 보험, 노무, 분쟁 등 여러 분야를 대상으로 과거 위법사항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서 불법적인 부분이 있었는지, 대규모 소송에 따른 우발부채 위험은 없는지 향후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필수조건들이 많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는 규모가 크지 않은 다양한 회사들이 상장하기 때문에 더욱 요구되는 부분이다.
 
IPO에서 이 같은 법률적 점검은 매우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 적용되는 기준은 모호하다. 국내 증시에 상장할 때 외국기업은 상장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필수적으로 로펌이 관여해 직접 법률 실사를 하고 의견서도 제출한다. 국내 기업이 상장할 때에는 대부분 기업(발행사)이 주관사(증권사)와 계약을 체결하면 대표 주관사가 실사를 하고 상장을 추진한다. 여기서 국내 기업은 로펌의 법률자문이 필수가 아니다. 다만 대형 IPO의 경우에나 주관사가 로펌을 선임해 실사와 법률적 이슈 검토를 맡겨 진행한다. 결국 주관사가 소화하기 부담스러운 큰 규모의 딜에만 로펌이 증권사를 대리해 실사에 들어가고 중소형 딜의 경우는 주관사 자체 실사에 그치는 셈이다.
   
경영투명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증권사가 로펌에 법률자문을 의뢰하는 사례가 늘었다고는 하나, 원칙적으로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국내기업 상장 시 법률 실사는 주관사의 영역이다. 
 
발행사의 수동적인 태도도 아쉬운 부분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내부통제, 공시체계 구축을 위해 컨설팅을 받고 있으나 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법률 실사에 드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주관사를 통해 모든 절차를 진행하고 싶겠지만, 기왕 IPO를 추진하는 기업이라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회사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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