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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황교안식 보수통합, '도로 새누리당' 안된다
2020-01-09 06:00:00 2020-01-09 06:00:00
박주용 정치사회부 기자
올해 총선의 가장 큰 변수는 보수진영의 통합 여부다. 보수진영에서도 사분오열된 보수야권의 통합을 이뤄진다면 지역구 선거에서의 표 분산을 막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빠졌다. 제대로 된 통합이어야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 통합의 과정에서 혁신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선거용 통합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황교안 대표가 보여준 보수통합 행보는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황 대표가 통합추진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하며 '보수 빅텐트론'으로 통합을 도모하고 있지만 가치와 대의가 빈약한 총선용 통합으로 비쳐지고 있다. 황 대표는 통합의 대상으로 유승민 의원의 새로운보수당과, 이정현·이언주 의원의 신당, 그리고 우리공화당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의원과도 통합을 추진중이다.
 
이언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을 제외하면 2016년 총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다. "문재인정권의 독주를 막아야한다"는 명분으로 보수진영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실상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이후 새로운 보수의 탄생을 기원하며 혁신을 기대했던 유권자의 희망과는 다른 방향이다. 선거전까지만 해도 '네 탓 공방'만 벌였던 정당들이 과거 새누리당 울타리 안에서 다시 헤쳐모여 하는 식이다.
 
한국당은 보수 야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대 정권의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은 대체로 '정권 심판론'의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각종 신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확인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보수 야당에서 박근혜정부 집권기간 동안 부정부패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지난날에 대한 반성이나 쇄신을 찾지 못한데다 지난 4년간 보수 야당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통합을 추진하려면 진정한 혁신과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단순히 지역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통합이 아닌 보수 진영 전체를 혁신할 수 있는 통합이어야 한다. 황 대표는 당내 정강·정책 등을 통해 보수의 가치와 시대정신을 충실히 구현하고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 몸집 불리기에만 몰두한다면 건전한 보수를 갈구하는 유권자의 외면은 불가피하다.
 
박주용 정치사회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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