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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비례정당 창당시 영입인재들 탈당 불가피
'박찬주 논란' 두달만에 2차 영입…'목발 탈북' 지성호·'미투' 김은희
2020-01-08 14:59:32 2020-01-08 14:59:32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8일 2차 인재영입 대상자로 '탈북 인권운동가'인 지성호(39)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 대표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김은희(29) 테니스 코치를 영입해 발표했다. '공관병 갑질' 의혹 대상자인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영입 논란 이후 2달여만이다. 다만 영입인사들은 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비례자유한국당을 창당할 경우 입당과 동시에 탈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2020년 영입인사 환영식'을 열고 2차 영입인재를 소개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성호 대표는) 자유를 찾아 용기 내서 자유대한민국에 왔다"며 "지 대표의 용기를 열렬히 응원한다"고 밝혔다. 김은희 코치에 대해선 "우리 사회에 꽈리를 튼 잘못된 행태를 국민께 고발함으로써 후배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한 선구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 고백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이었겠느냐"며 "그러나 후배를 위해서 대한민국이 성범죄 등 잘못된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섰다"고 격려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년 영입 인사 환영식’에서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나우 대표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김은희 테니스 코치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 대표는 이른바 '꽃제비' 생활을 하는 등 북한에서 어려운 유년기를 보내며 14세 때 북한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려던 도중 열차에 치여 팔과 다리가 절제하는 일을 겪었다. 이후 24세 때인 2006년 탈북해 북한인권 운동을 했고 2018년 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에 초대받아 "북한 체제의 본질을 목격한 또 한명의 목격자"로 소개되며 유명세를 탔다. 지 대표는 "한국당이 인권 문제에 대해 일을 제대로 못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재 영입을 맡은 분들과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며 한국당과 함께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 코치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코치를 2016년 고소했고, 이 사실을 2018년 방송에 나와 밝혀 '체육계 미투 1호'로 꼽힌다. 김 코치의 사례를 계기로 여성 체육인들이 단체 성명을 내는 등 스포츠계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김 코치는 "한국당 하면 인상부터 쓰던 제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제가 가진 생각과 당 지향하는 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그러나 인권 문제만큼은 당의 색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제가 인권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시한 것은 의지인데 대화 과정에서 당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당은 지난해 10월31일 1차 영입인사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등 8명을 발표했지만 '박찬주 논란'만 불거졌고 영입 대상 인재들도 전문성과는 별도로 참신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영입 대상자들은 한국 사회의 소수자인 여성과 북한이탈주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서 대변할 수 있는 상징성이 있다는 점에서 지난 1차 영입에 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한국당은 김 코치의 영입을 위해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이 부인까지 데리고 나가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입인사들의 향후 총선 출마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역구 출마보다는 비례대표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할 경우 영입인사들은 '비례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이 처리되자 비례대표 의석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매정당인 '비례자유한국당'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했다. 비례정당 창당이 현실화 되면 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 자체를 내지 않는다.
 
또한 영입인사들이 비례정당 창당으로 탈당할 경우 황 대표의 지원도 받기 어려워진다. 황 대표가 다른 정당의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후보 등록을 포기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대표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이미 선언했기 때문에 지역구 출마가 유력하다. 염동열 위원장도 이런 이유로 인재영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염 위원장은 영입인사 환영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이 비례자유한국당이라고 하는 정체의 혼란과 당의 미래가 영입인사들에게 갈등과 혼란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앞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인재 영입을 발표하며 다음달까지 최소 20명 이상의 영입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지역구에 출마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비례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년 영입 인사 환영식’에서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나우 대표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김은희 테니스 코치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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