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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민경욱,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2020-05-14 06:00:00 2020-05-14 09:06:57
박주용 정경부 기자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도를 넘고 있다. 민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서울 서초을 사전투표용지가 경기 분당을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사전투표는 유권자가 올 때마다 투표용지를 인쇄하기 때문에 여분의 투표용지가 나오지 않는다며 자신이 용지를 확보한 것 자체가 '조작'의 증거라는 것.
 
민 의원은 그 증거로 기표 되지 않은 비례대표 투표용지 6장을 공개했다. 하지만 민 의원이 사전투표 조작 의혹의 증거라며 공개한 투표용지는 실제 경기 구리시 선관위에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군다나 해당 투표용지는 사전투표용이 아닌 본 투표용이었다. 줄곧 사전투표 조작설을 제기했던 민 의원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민 의원의 투표용지 공개 행위는 검찰 수사로 이어지게 됐다. 선관위는 해당 투표용지를 누군가 탈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투표용지 탈취는 중대 범죄다. 비록 민 의원이 투표용지 탈취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형법 제362조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자'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민 의원은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대해 "어서 잡아가라", "고맙다"며 오히려 수사를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자신이 투표용지를 확보하게 된 경위에 대해선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부각하며 '선거 무효'를 주장했다. 급기야 민 의원은 부정선거 제보에 총 1500만원의 현상금까지 걸었다. 증거 수집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4·15 총선 이후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은 결국 검찰 수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민 의원은 지금이라도 투표용지를 입수하게 된 경위를 밝히고 이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뿐만 아니라 통합당 내부에서조차 제기된 비판에 대해서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남은 의정 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부정선거 의혹 제기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통합당에서도 혼란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정쟁용 의혹 제기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치 혐오증을 키우는 일이 21대 국회에서는 되풀이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 총선이 끝난 지 한 달 가까이 됐다. 잇따른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앞으로 통합당의 행보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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