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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만 넣는다고?"…'유통 거점'으로 거듭난 주유소들
드론·C2C·로켓배송 물류 거점화
2020-06-17 05:58:00 2020-06-17 05:58: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주유소들이 주유·세차 사업을 넘어 '유통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물류 사업에까지 손을 뻗고 있는 것. 원유 제품 수요 감소로 기존 사업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자 정유사들이 이런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유소 사업을 하는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를 물류 거점화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특히 GS칼텍스가 가장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는 자사 주유소를 '로지스틱(물류)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에 따라 드론 배송, C2C 배송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 소재 GS칼텍스 무수천주유소에서 드론 배송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GS칼텍스
 
주유소에서 출발하는 드론 배송
 
GS칼텍스는 최근 제주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그룹 내에서 편의점 사업을 하는 GS리테일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이 서비스를 선보인다.
 
고객이 GS25 '나만의 냉장고'앱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주유소가 인근 GS25 편의점에서 상품을 드론에 적재해 배달하는 방식이다. 드론 배송은 차량 진입이 어려운 도서지역에도 접근할 수 있어 필요한 곳에 생필품과 안전상비의약품을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드론 배송은 무인 항공기 시장의 성장과 함께 주목받는 분야다. 차량이나 다른 이동수단보다 배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2016년부터 '아마존 프라임 에어'라는 드론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배송 산업 발달과 함께 '빠른 배송'이 인기를 끌면서 향후 5년 안에 드론이 전체 배송 상품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밖에도 정유사들은 주유소를 유통 거점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유소는 전국 곳곳에 있기 때문에 활용만 잘하면 훌륭한 물류 인프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물류 스타트업 기업 줌마, 한진택배와 손잡고 C2C 택배 서비스 홈픽을 론칭하기도 했다. 고객이 카카오톡, 홈픽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택배를 접수하면 줌마의 택배기사가 1시간 이내에 고객으로부터 물품을 픽업해 거점 주유소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진택배는 배송지까지 이를 다시 운송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쿠팡과 손잡고 주유소를 로켓배송의 거점으로 바꾸고 있다. 로켓배송은 오늘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전달하는 빠른 배송 서비스로, 전국에 물류 거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공간을 쿠팡에 제공해 임대 수익을 얻고, 쿠팡은 작업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 소재 한 주유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기름만 팔아선 미래 없어"…주유소 폐업 속출
 
이처럼 정유사들의 주유소를 물류 거점화하는 것은 원유 제품 판매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제마진 하락에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도 커지며 주유소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62개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한 달에 5.1개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4월 한 달에만 25곳이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기준 전국 주유소 수는 1만1500여곳으로 2010년 1만3000개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가격 경쟁은 치열해지는 가운데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지출은 갈수록 커지며 이런 추세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정유사들은 해외 경쟁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유 설비에 대한 투자는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수익 창구 다양화의 일환으로 주유소 유통 거점화 같은 사업도 추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사업들이 아직 성과를 내고 있진 않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 거점화는 아직 초기 단계라 성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임대 사업이나 복합 주유소(전기·수소차 충전)도 기존 임대업, 아파트·마트 전기차 충전소에 비해 크게 경쟁력이 없어 눈에 띄는 수익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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