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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탈일본'…SK, 불화수소 가스 양산 시작
2020-06-17 10:22:18 2020-06-17 13:34:52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SK그룹이 일본 수출규제로 확보가 어려웠던 반도체 소재 불화수소 가스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밖에 해외 의존도가 높은 다른 소재들도 국내 생산해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반도체 소재 생산 기업인 SK머티리얼즈가 최근 경북 영주공장에서 초고순도(순도 99.999%) 불화수소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말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으며 연 생산규모는 15톤이다. 2023년까지 국산화율을 7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대표 품목이었던 이 소재는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세정 가스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로 수요는 급증했지만 국내 생산 기업이 없어 그동안 해외에서 100% 수입해왔다.
 
고부가 포토레지스트도 국산화 작업이 한창이다. SK머티리얼즈는 최근 하드마스크(SOC)와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ArF PR) 개발에 나섰다. SOC는 포토레지스트 보조재로 회로 패턴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소재며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는 포토레지스트의 일종이다. 두 제품 모두 초미세 패턴 형성에 쓰이는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이다.
 
특히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는 해외 의존도가 90%에 달해, 제품 양산이 본격화하면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에 안정적인 소재 공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머티리얼즈는 2021년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2022년부터 연 5만 갤런 규모 포토레지스트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가 반도체 소재 불화수소 가스 국산화에 성공했다. 사진/뉴시스
 
또 다른 계열사 SK실트론도 지난해 미국 듀폰사로부터 전기 자동차 소재인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을 인수했다.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은 미국·유럽의 소수 업체가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화학·산업재 부품 계열사인 SKC도 반도체 소재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말 열린 이사회에서는 천안공장에 465억원을 투자해 올해 안에 CMP패드 공장을 건설하기로 의결하기도 했다. CMP 패드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평탄화하는 데 쓰이는 고부가 폴리우레탄 소재다.
 
SK그룹은 앞으로도 소재 국산화 과정에서 확보한 역량을 중소기업 상생 협력으로 연결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4000억원 규모 상생펀드를 조성해 협력사들에 저금리 융자를 제공하고 있다. 그룹 내 소재사들은 중소 협력사들이 고부가의 고순도 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
 
그룹 관계자는 "우리의 노하우를 투자비나 전문 인력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과 공유해 업계 전체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고용 창출 효과도 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3대 품목인 불화수소와 불화 폴리이미드, EUV레지스트 수출 제한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우 일본 소재 의존도가 높아 타격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나서 빠르게 국산화하고 수입을 대체할 국가도 찾으면서 오히려 관련 소재를 수출하던 일본 기업 피해만 커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도 다시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반도체 수출은 80억6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1% 증가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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