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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자' 말고 '미등록 체류자'로 불러 주세요"
2020-07-26 09:00:00 2020-07-26 0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체류자격이 없는 방글라데시 여성 A씨와 B씨는 얼마 전 집에서 강도를 당했다. 범인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라고 속여 범행했다. A씨 등은 체류자격이 없어 혹시 추방될까봐 떨며서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베트남 국적의 C씨는 같은 국적의 남편과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던 중 외도를 의심한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렸다.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재산도 가족도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1600만원이 넘는 치료비와 생계비 걱정으로 눈앞이 캄캄했다. 
 
검찰이 불의의 사건·사고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위한 맞춤형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대검찰청 인권부 피해자인권과(과장 최영아)는 26일 이같이 밝히고 "외국어 사용 범죄피해자들이 쉽고 정확하게 범죄피해자지원제도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범죄피해자지원 홍보 및 안내 방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이용을 당부했다.
 
또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불법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면서 "국제기구 및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과 같이 불법체류자라는 용어 대신 '미등록 체류자·비정규 체류자'라는 용어를 사용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검찰이 시행 중인 외국인 범죄피해자 지원·보호 제도 중에는 각종 사건·사고를 당한 경우 이를 도울 수 있는 통역인 지원이 있다. 대검 관계자는 "외국인 범죄피해자가 조사 및 증언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을 위해 통역인을 지원하고 가족 등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019년 4월부터 법무부 외국인 종합안내센터의 '3자 전화 통역서비스'와 연계해 19개 외국어를 통한 상담을 지원 중이다.
 
성폭력·아동학대와 가정폭력 피해자는 체류기간이 임박했더라도 구제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체류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특히 A씨의 사례처럼 살인·강도·사기·성폭력 등의 피해자는 미등록 체류자여도 피해구제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경우 출입국관리소 등에 신상정보를 통보하지 않고 있다.
 
C씨 사례처럼 가해자가 외국인 경우에도 피해자가 적법한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인 경우에는 국가로 부터 치료비 등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검은 최근 외국인 범죄피해자를 위해 16개 외국어와 한국어로 된 '검찰의 피해자 보호·지원제도 다국어안내' 소책자를 제작했다. 대검 관계자는 "소책자를 보면 치료비 등 경제적 지원, 신변보호, 형사절차에서의 피해자 보호 및 외국인 피해자의 체류허가 관련제도 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외국인 피해자를 위해 중국어, 영어, 태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등 5개 외국어로 된 지원 홍보동영상을 유튜브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또 웅진재단의 외국어 라디오 방송인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생활정보 제공 코너에서 10주간 프로그램으로 8개 언어 중국어, 필리핀어, 태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일본어, 아랍어, 몽골어로 검찰의 피해자지원제도를 소개 중이다.
 
외국어 홍보동영상 중 3자간 통역서비스 체계도(베트남어). 자료/대검 피해자인권과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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