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기획당시 '미스터K'라는 제목으로 이명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스파이'는 제작사와 이 감독이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이승준 감독에게 기회가 넘어갔다. 이후 '협상종결자'라는 제목으로 변경됐다가 결국 '스파이'로 개봉하게 됐다.
영화 제작 당시부터 잡음이 많았던 터라 '기대이하'일 것이라는 예측이 다분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수준 높은 유머코드와 화려한 액션과 큰 스케일, 배우들의 열연 등 볼거리가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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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국내 숨은 실력자로 최고의 스파이 김철수(설경구 분)가 국가 운명이 달린 작전을 수행하던 중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아내 안영희(문소리 분)와 함께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을 그린다.
첩보원이라고 하면 우리 생활과 동떨어진 거리감이 가득하지만 실제 영화 속 첩보원 김철수는 대가족의 장남으로서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아내의 잔소리에 쩔쩔매는 한 가정의 연약한 남편이다.
아내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에 누구보다도 기뻐하고, 그만큼 아내를 아낀다. 아내가 자신보다 월등한 비주얼의 라이언(다니엘 헤니)을 만나는 것을 목격한 다음에는 술에 취하고 힘들어한다.
이를 연기한 설경구는 비주얼부터 말투, 표정 등을 통해 철수에게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을 더한다. 그간 어두운 이미지의 연기를 맡아온 그이기에 코믹과 어울릴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이는 '스파이'를 통해 해소된다.
아내 영희 역시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는 평범한 우리네 옆집 아줌마다. 핸드폰에 남편을 '웬수'라고 저장했지만, 정작 남편이 위기에 처하자 남편을 지키기 위해 슈퍼 아줌마가 된다. 나는 위험해도 내 남편을 지키려 하는 모습에 작은 감동이 전해진다.
섹시한 미시부터 수더분한 아줌마,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까지 한 작품에서 다양한 면모를 뽐낸 문소리의 연기력은 대단했다. 문소리의 연기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 값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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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철수의 동료인 진실장(고창석 분) 역시 어느 회사에서 볼 법한 노총각의 이미지를 그려내며, 첩보원의 삶이 우리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준다.
이들 캐릭터를 통해 우리의 삶을 그려내고자 했던 이승준 감독의 의도는 성공적이다.
이들과 달리 과거 이념의 갈등으로 분단된 남·북으로부터 상처를 가지고 있는 라이언이나 북한의 핵물리학자 역의 백설희(한예리 분)는 영화적 설정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물이다.
라이언을 연기한 다니엘 헤니는 그 비주얼과 함께 섹시하면서도 납득이 되는 악역을 매끄럽게 그려내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 설경구와의 액션신 역시 첩보물 답게 화려했다.
크게 감정기복이 없는 백설희를 연기한 한예리는 차분한 눈빛과 표정, 깔끔한 북한 사투리를 깔끔하게 표현해냈다. 굉장히 예쁘게 등장하는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안에서 한예리만의 여성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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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종일관 잽과 스트레이트를 오고가는 웃음 포인트로 시청자의 배꼽을 자극한다. 특히 요쿠르트 변신 요원 라미란의 대사는 큰 웃음을 터뜨린다. 설경구와 문소리의 연기 호흡은 눈부시다.
더불어 '해운대', '퀵'를 만든 윤제규 사단의 작품 답게 쾅쾅 터지는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특히 헬기 액션신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다소 예민한 사안인 남·북 문제에 관련된 부분을 가상 설정으로 펼쳐내 현실적인 논리에서 허술함이 보이더라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속된말로 '아구'가 맞지 않아도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첩보물의 표본이라 불리는 외화 '트루라이즈'와 겹치는 소재, 연출은 아쉬운 부분이며, 때때로 나타는 '억지 감동'은 약간의 불편함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 보다는 장점이 많은 작품이라 대세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
무더운 여름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아무 생각없이 시원하게 웃고 싶다면 '스파이'를 찾아보는 게 어떨까.
상영시간 121분. 개봉은 9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