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김해숙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 2001년 개봉한 '친구'에서 조감독으로 참여한 안권태 감독이 이번에 영화 '깡철이'로 입봉한다. 그래서인지 '깡철이'는 '친구'와 여러 공통점이 엿보인다.
부산이라는 배경과 조폭 코드, 부둣가 이권 다툼이라는 설정을 비롯해 '친구'의 악역 상곤(이재용 분)이라는 이름이 '깡철이'에서도 김정태를 통해 등장한다. 김정태가 '친구'를 통해 데뷔한 것도 공교로운 점이다.
조폭코드를 통해 우정과 의리, 치열한 삶을 그린 '친구'와 달리 '깡철이'는 모자간의 정과 함께 조폭의 세력다툼, 우정, 사랑 등 무척 다양한 이야기를 넣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방향을 놓쳐 갈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다.
철지난 소재인 조폭이 큰 변화 없이 등장한 점과 억지로 울리려는 신파는 진부함이 느껴지고 풋풋한 사랑과 친구와의 우정은 굳이 필요한 내용인가 싶다.
딱히 안정적이지 않은 직업을 가진 강철(유아인 분)이 병약한 엄마 순이(김해숙 분)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조직폭력배 수장 상곤(김정태 분)으로부터 일본 야쿠자를 죽이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이 주요 줄거리다.
'친구'로 시작해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비열한 거리' 등에서 차용된 조폭을 다시금 미화시키는 설정은 신선함보다는 진부함으로 다가온다.
후반부 갑작스럽게 줄어든 순이의 분량 대신 많은 장면을 차지하는 조폭 간의 세력다툼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애써 울음을 만드려는 순이와 강철의 감정은 중간중간 너무 터뜨려, 오히려 엔딩에서 진한 여운을 주지 못한다. 특히 영화 중반부 버스 안에서 강철과 순이의 감정신은 '관객을 울리겠다'는 의도가 너무 선명하게 드러난다.
◇유아인-정유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또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서울 여자 수지(정유미 분)와의 풋풋한 사랑, 막역한 친구 종수(이시언 분)와의 우정을 담으려는 시도는 '깡'으로만 거친 세상을 버티는 20대 부산 남자의 짙은 색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수지(정유미 분)와 강철의 관계는 영화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을 준다. 굳이 수지가 영화에 등장했어야 했나는 질문을 던진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대부분 합격점을 줄만 하다.
치매 환자이자 마을의 사고뭉치인 김해숙은 다시 한 번 자신의 힘을 펼쳐냈다.
◇김성오-김정태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또 흥분하면 말을 더듬고 혀가 짧아지는 특성을 가진 휘곤 역의 김성오의 연기는 이 영화를 즐겁게 만드는 유일한 요소다. 사투리부터 혀가 짧아지는 연기, 분노할 때의 강렬한 눈빛 등 그의 연기는 여러 배우들 사이에서 단연 압권이다.
이에 비해 극을 이끌어가는 유아인의 연기는 부분적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버릇인 듯 다른 여러 작품에서 보여진 '드르륵' 긁는 발성은 애써 더 울리려는 듯이 느껴져 불편하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에 연기 역시 과하게 힘이 들어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반면 눈빛이나 표정으로 20대의 '깡'을 드러내는 부분이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연기는 20대를 대표하는 연기자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
'친구'의 조감독 출신 안권태 감독의 '깡철이'는 여러면에서 '친구'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부산 부둣가를 배경으로 모자 간의 사랑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깡철이'처럼 갈 길을 잃은 느낌은 주지 않았을 것 같다.
상영시간 108분. 10월 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