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김해숙에게는 '국민엄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요즘 행보로만 보면 '국민엄마'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국민엄마'라고 하면 전형적인 어머니상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가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는 매번 다양하고 특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도둑들'에서 '씹던껌' 역으로 뜨거운 사랑 끝에 목숨을 잃는 황혼로맨스를 펼치는가 하면, 영화 '소원'에서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의 상담센터 원장 정숙을 보이고, SBS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에서는 미스터리한 이미지의 인력회사 홍소장을 연기한다. KBS2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딸만 편애하는 욕망의 어머니 이앙금을 선보인다.
영화 '깡철이' 역시 강철(유아인 분)의 어머니이기는 하지만, 치매끼가 있어 아들을 '여보'라고 부르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순이로 분한다. '국민엄마'보다는 20~30대 주연배우들이나 가질 법한 '변신의 귀재'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려 보인다.
이렇듯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과 시청자를 찾는 김해숙을 만났다. 연륜이 묻어나는 언변과 진심 가득한 태도는 왜 이 배우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흔한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깡철이'에서 김해숙이 맡은 순이는 최초로 시도된 특별한 캐릭터는 아니다. 치매가 있는 엄마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무수히 나왔던 캐릭터다. 하지만 순이는 특별하다. 선글라스와 챙모자, 화려한 드레스를 비롯한 이미지부터 '여보'라는 호칭과 말투 등 이제껏 보지 못한 입체감이 살아있다.
그의 화려한 변신을 두고 "요즘 나오는 독특한 캐릭터를 독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의 답이 "독특한 캐릭터가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독특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아냐"며 강한 어조로 답했다.
그러고는 말을 쭈욱 이어나갔다.
"순이를 창조하기 위해 한 달전부터 연구를 해왔어요. 의상부터 안경 등 다 고민해서 만들어진 거예요. 나는 변해야 하니까. 감독들이 배우 김해숙을 찾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배우가 보답을 해야돼요. 내가 뛰어나서 찾았다는 것만이 아니라, 나를 찾았으니까 연기로 보답해야한다는 거죠."
"똑같은 된장찌개라도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이 굉장히 애를 써요. 내가 받는 역은 대부분 누군가 해봤던 역할이에요. 순이도 사실 처음 나온 캐릭터가 아니고, '수상한 가정부'의 역할도 그렇게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 흔한 캐릭터라도 나만의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정말 고생하죠. 가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해요."
"촬영을 할 때마다 작은 신이라도 긴장해요. 새 거라고 생각하거든. 매번 첫 발을 딛는 느낌으로. 그래서 젊은 배우들 못지 않게 회사 내에서 서로 의견을 같이 나눠요. 그 나이에 뭐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배우의 기본이에요."
◇김해숙-유아인(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아인이 의지가 되더라"
'깡철이'에서 김해숙이 맡은 순이는 남들이 슬플 때도 미소를 가진 인물이다. 자신은 누구보다도 행복하겠지만, 그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역할이다.
비주얼부터 말투까지 독특하기 이를데 없다. 김해숙 역시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역할을 봐도 어렵지 않나요. 처음 나온 캐릭터도 아니고 흔한 캐릭터인데 내 것을 만드려고 하니 어려웠죠. 또 감정신 같은 경우도 정말 슬픈 장면인데 나는 웃어야 돼요. 아인이 눈빛을 못 쳐다보겠더라고, 울 것 같아서. 울면 안 되는데."
유아인과 김해숙은 각별한 듯 보였다. 차별이 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정태, 김성오, 이시언의 질투를 받고 있다. 매체, 방송을 떠나서 김해숙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고 있다. 김해숙은 이러한 질투가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극중 '여보'라고도 하고 그래서 아인이를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어요. 게다가 아인이가 의젓해요. 현장에서 의지가 됐어요. 든든하고. 이상하게 아인이만 눈에 더 띄어요. 정말 좋은 배우가 될거예요."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나는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어요"
김해숙은 다작 배우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 2편에 드라마도 2편이다. 그럼에도 쉼없이 연기를 하려 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꿈꾼다. 나이 환갑을 바라보는 상황에 어떻게 이런 열정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취미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어요. 그냥 내가 하는 일이 좋아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늘 보이는 곁에 있는 느낌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젊은 배우들은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많잖아요. 나도 가능하면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깡철이 끝나면 뭐할까'가 지금 고민이에요.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나 봐요. 일할 때 눈이 더 반짝거리고 살아있는 것 같고 그래요. 여행도 바빠서 못 가요. 같이 갈 친구들도 없고. 여행을 누가 공짜로 보내준다고 해도, 작품이 들어오면 아마 작품할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일하는데 남들이 사랑해주고 있어요. 이 이상 축복받은 일이 어디있나 싶어요. 예전에는 욕심이 많아서 내가 못가진 것까지 가지려고 했는데, 요즘에는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를 잃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요. 그게 이치에 맞고 옳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