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국내 최고참 이규혁이 골인하는 순간, 김성주의 눈물 섞인 목소리가 화면을 가득 메웠다. 이후 3~4초 동안은 김성주와 해설자 모두 아무 말을 잇지 못했다. 안정감있는 목소리로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전달하던 그동안의 중계와 사뭇 달랐다.
감성이 진득하게 묻은 김성주의 중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됐다. 김성주의 목소리에 이규혁에 대한 뭉클함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6번의 홀림픽 출전 속에서 단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한 이규혁에게 감동을 느낀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김성주의 감성에서 비롯된 장면이기도 했다. 그만큼 김성주의 중계가 적잖은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아는 척하지 않고 해설을 통해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지점을 정확히 끌어내는 능력에 안정감 넘치는 목소리, 현장감을 살리는 중계, 감성이 담긴 장면까지. 김성주의 중계를 두고 많은 아나운서들은 '중계의 신'이라 한다.
김성주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2014 소치올림픽 중계 관련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날 김성주는 이규혁을 중계하던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애정섞인 목소리로 설명했다. 김성주는 '아빠어디가' 촬영을 위해 소치에서 잠시 귀국한 상태다.
김성주는 "과거에는 중계를 하다 우는 것을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캐스터는 상당히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여겼다. 해설자는 울어도 캐스터는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이규혁이 들어오는 장면에서는 목소리에 눈물이 섞여 있었다.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안방을 채웠다. 왜 그랬을까.
이규혁의 스승인 손세원 감독이 당시 MBC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이었다. 이규혁이 들어오는 순간 눈물을 훔쳤다는 게 김성주의 말이다. 그 장면을 보고 울컥했다는 것이다.
이규혁이 골인한 뒤 한 바퀴를 돌면서 손 감독에게 손을 흔들었고, 그 광경에서 사제지간의 깊은 정을 느꼈다고 했다.
김성주는 "그 장면을 보고 감정이 요동쳤다. 3~4초를 말을 못했는데 이제껏 중계하면서 가장 긴 시간을 말을 하지 않은 시간일 거다"며 "유치하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주는 현장에서 스포츠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자신의 인생에서 버릴 수 없는 소중한 '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TV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축복이다"라며 "그 중계는 중계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내가 원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성주는 중계권을 강조했다. 중계권이 있는 채널이 자신을 선택해야 본인이 중계를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MBC가 아닌 KBS와 SBS에서 그를 원한다면 김성주는 그 채널에서 중계를 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김성주는 "나는 스포츠 중계는 꼭 하고 싶다. 다만 중요한 것은 중계권이다. 필요하다고 하면 가고 싶은데 아마 KBS나 SBS에서는 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 99%는 MBC에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치 현장에서의 MBC 예고편에 김성주가 주먹을 쥐고 응원하는 장면이 있는데, 김성주는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KBS나 SBS에서 중계가 아닌 다른 예능에서는 김성주을 부를 수 있지만 이 장면 때문에라도 스포츠 중계를 위해 자신을 부를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목소리 역시 채널마다 각기 다른 색깔이 있다고 밝혔다.
김성주는 "내 목소리는 MBC의 목소리다. KBS나 SBS는 다른 목소리가 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스포츠는 MBC에서만 할 것 같다. 내 목소리로 중계를 하는 장면이 타 방송사에서 나가면 시청자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BC에서 중계를 했었기 때문에 각종 스태프들 사이에서 도움 받는 게 많다. 중요한 협업이다. 내가 놓친 것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많다. 프리랜서이긴 하지만 덜 외롭다"며 "스포츠만의 특수성 때문에라도 MBC에서만 중계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주는 오는 18일 오후 피겨스케이팅 중계를 위해 소치로 떠난다. 국내 최고의 팬덤을 구축한 김연아의 중계에서도 그의 목소리가 빛을 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