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제국의 부활' 포스터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식스팩으로 무장하고 '스파르타'를 외치며 남성미의 절정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300'이 8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지난 2006년 개봉 당시 영상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호평을 받은 작품 '300'은 미국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흥행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길고 긴 시간 끝에 나온 속편은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 분)가 이끄는 300명의 정예병사가 크세르크세스의 100만 대군과 벌인 테르모필레 전투를 1편에서 그렸다면, 2편은 세계 4대 해전이라 불리는 살라미스 해전을 그린다.
무대가 지상에서 바다로 넘어왔고, 2D에서 3D로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해상에서의 전투는 스케일이 장대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에게 해의 거친 물살을 최대한 생생히 담아냈고, 수십척의 함대가 폭발하는 장면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장관이다.
전작 '300'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은 이번 작품에 각본과 제작을 맡았고, 대신 노암 머로가 메가폰을 잡았다.
하지만 노암 머로는 깊이 있는 카메라 워크로 관객들을 압도했던 잭 스나이더의 역량에 못미치는 듯 하다. 아기자기한 액션은 역동성을 잃었고, 이따금씩 '이 각도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색한 화면이 스크린을 메운다.
슬로우 모션으로 칼을 휘두르고 팔과 머리가 잘려나가는 등 유혈이 낭자한 미장센만 재현될 뿐이다. 전작에 비해 크게 나아진 점이 없다.
남자 배우들도 아쉽다. 전작의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의 카리스마는 관객의 숨을 멎게 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아테네 함대의 장군 테미스토클레스 역의 설리반 스탭플런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군대를 이끄는 장군의 위엄이 그의 말투와 표정에서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관대하다'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크세르크세스(로드리고 산토로 분)는 이번 작품에서 분량이 너무 적다. 그의 무게감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다.
◇에바그린 (사진제공=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그나마 에바 그린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리스 군대로 인해 가족이 몰살당한 과거가 있는 페르시아의 여전사 아르테미시아 역을 맡은 에바 그린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제압한다. 그 어떤 남자 전사들보다 강렬한 인상으로 스크린을 수 놓는다.
아르테미시아는 그리스 혈통이지만 그리스 군에 의해 부모가 살해당한 후 노예선에 끌려갔다 페르시아인에게 구조돼 후 군 지휘관이 된다. 실존인물인 페르시아령 카리아 여왕을 본따 만든 캐릭터다.
'몽상가들' 등을 통해 청순한 매력을 갖고 있었던 에바 그린은 시커먼 눈화장을 하고 광기 어린 눈빛을 강렬히 뿜어낸다. 어려운 격투신 역시 능수능란하게 해내며, 마치 육탄전을 벌이는 듯한 테미스토클레스와의 러브신은 신선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어떤 캐릭터보다 아르테미시아가 가장 기억날 것이 분명하다.
◇로드리고 산토로 (사진제공=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에바 그린 때문에라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페르시아를 정복욕구에 불타 자유를 찬탈하려는 절대악으로 규정한 오리엔탈리즘은 불편하다.
영화 '300'에 비해서는 여러모로 못 미치는 속편이지만, '300'이 가지고 있는 웅장한 스케일, 슬로우 액션과 유혈이 낭자한 영상 등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다분하다. '300'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면 크게 후회는 하지 않을 속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