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오랜만에 매우 가벼운 드라마가 나타났다. MBC 새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다. 지난 2002년 SBS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호흡했던 배우 장혁과 장나라가 12년만에 재회한 작품이다. 당시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성공을 위해 뭉쳤다.
전작 <개과천선>이 진지하고 사회성 강한 드라마였다면, 이번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재벌과 신데렐라 코드가 접목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이 출연진이 만들어내는 웃음과 멜로에 즐기기만 하면 되는 작품이다. 그런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지난 2일 첫 방송됐다.
예상대로 이 드라마는 내용적인 면에서는 크게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장혁과 장나라의 열연은 눈부셨다.
최근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와 영화 <감기>, <가시> 등 무거운 작품에서 진지한 캐릭터를 선보인 장혁은 이번 작품에서 무게감을 훌훌 털고 새털처럼 가벼운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했다.
장혁이 연기한 이건은 전주 이씨 9대 독자로 재벌 3세다. 기존 재벌 3세들이 진중한 멋으로 무장했다면 장혁은 초지일관 가벼움으로 승부를 건다. <보스를 지켜라>에서 지성이 보여준 그것과는 또 다른 이유 없는 가벼움이다.
장혁은 '으으하하하하'라는 독특한 웃음과 별 내용이 아닌 것에도 비장함이 묻어있는 말투, 강아지 앞에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겁쟁이면서 타인 앞에서 당당함이 지나쳐 허세도 가득한 설정으로 이건을 만들어냈다.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이 연기한 독고진보다도 더 자극적이라는 평가다. 연기적인 면에서 크게 흠 잡을 곳 없는 장혁이라 신선하고 새로운 이건도 자연스럽다. 톡톡튀는 이건을 보고 웃었다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장나라 (사진제공=MBC)
장혁이 완벽히 새로운 이미지에 도전했다면, 장나라는 다시 한 번 평범함을 택했다. 법무법인에서 노예나 다름 없는 서무 직원 김미영이 장나라가 맡은 배역이다. 착하다 못해 바보 같을 정도로 자기 소신이 없으며, 남의 부탁에 거절을 못해 매번 이용당하는 처지다.
하지만 김미영이 중심을 잡고 현실감을 불어넣어주자 어디서도 보기 힘든 이건이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힘을 받는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첫 회 시청률은 6.6%(닐슨 코리아 전국기준)으로 동시간대 방송에서 가장 낮은 스코어를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보여준 케미스트리가 상당히 힘이 있어 성패를 판단하기엔 섣부르다.
과연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명랑소녀 성공기>처럼 흥행을 이룰 수 있을까. 첫 날 두 사람의 시너지로만 봐서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