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들>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우리 영화가 왜 '청불'(청소년 관람불가)이야. 15세 등급 받은 영화들 중에 더 잔인하고 지저분한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럴 거면 대사도 더 세게 하고 더 강하게 하는 건데. 이 영화는 10대가 보면 정말 좋은 영화 같은데."
영화 <좋은 친구들>에 출연한 한 배우가 기자들 앞에서 늘어놓은 푸념이다.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도 않고, 욕설도 심하지 않다. 다만 모방 범죄의 위험성이 있기는 하다. 보험사기에 대한 범죄 내용이 세밀하게 나온다. 이 때문인지 <좋은 친구들>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그렇지만 시체를 유기하고, 마약을 밀수하는 장면이 드러난 <끝까지 간다>가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과 비교했을 때 <좋은 친구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한 관계자는 "<좋은 친구들>에는 보험사기를 노골적으로 보이는 주제와 폭력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을 이유로 청불 등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등위의 결정을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영등위의 기준으로 봤을 때 <좋은 친구들>의 청불 결정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0대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는 배우의 말에도 동감한다.
<좋은 친구들>은 중학교 시절부터 형제처럼 지내온 세 친구 현태(지성 분), 인철(주지훈 분), 민수(이광수 분)가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보험영업을 하는 인철이 현태 어머니로부터 화재보험을 든 뒤 일부러 오락실에 불을 낸 다음 보험금을 타게 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민수와 함께 이를 실행하다 예기치못한 상황에 빠지면서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세 친구가 한 순간에 잔혹한 현실에 맞닿는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친구라는 관계에 더욱 집중하고 이에 대해 폭넓게 질문한다.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면, 당신은 친구를 속일 것인가, 솔직해질 것인가", "친구가 나에게 피해를 줬고, 의심이 든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등 영화는 현태와 인철, 민수가 보이는 전혀 다른 행동을 통해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우정과 의리에 대해 가장 관심이 많고 민감한 시절이 10대 때다. 그렇기에 영화도 세 친구의 10대 시절을 충분히 묘사했다. 부모보다도 친구가 소중한 시절이 그 때가 아닐까. 그런 10대에게 <좋은 친구들>은 친구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안겨주는 영화다.
지난달 30일 있었던 영화 <좋은 친구들>의 미디어데이에서 한 기자는 "영화를 보고 의리에 대해 깊은 고민이 들었다"며 "사람이 힘들 때는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 영화 내용처럼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자기 입장부터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가 의리가 없는 사람이냐 그건 아닌 것 같다. 의리가 무엇인지 심도 있게 고민하게 됐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 말을 들은 이도윤 감독은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면 나는 성공한 거다"라고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10대들이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사실 30대 이상의 관객들은 이미 우정을 통해 한 번쯤은 상처를 받은 경험들이 있다. 그래서 영화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반대로 10대는 이제 우정을 만들어가는 단계다. 이 영화를 보고 '우리는 이들처럼 실수하지 말고 관계를 지켜나가자'라는 고민을 해볼 수 있다. 영화를 본 관객이 그런 고민을 한다면 영화가 예술적인 면으로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불을 받아 10대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자극적인 설정 없이 묵직한 이야기로만 승부하는 느와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옳지 못한 장면이 있더라도 10대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이유가 영화 속에 있다. 10대들도 영화를 보고 우정을 주제로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으면 좋지 않을까. 청불 판정이 이해는 되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