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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자 바람이 분다
입력 : 2014-07-06 오후 4:14:49
◇<응답하라 1594> 출연진 박민영, 장흥제, 이형, 강성범, 서금천(위 왼쪽부터) (사진제공=SBS)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나라의 난리가 난 것을 보고 책임을 지고 조치를 취하면 충신이고, 난리가 난 것을 보고 보고서만 작성하면 간신인게야. 힘들어하는 백성들의 등을 두드려주면 충신이고, 힘들어하는 백성들의 등을 두드려주는 것을 사진을 찍으면 간신인게야."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코너 <응답하라 1594>에서 나온 말이다. <응답하라 1594>는 지난 3개월 동안 극중 강성범의 입을 통해 정치권을 향한 따끔한 일갈을 이어가고 있다.
 
한동안 숨이 죽었던 정치풍자 개그가 최근들어 각 코미디 무대를 통해 바람이 불고 있다. 따끔한 풍자는 현 정치 세태와 맞무리면서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공개 코미디의 대표격인 KBS2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에서 정치권을 비판하는 코너들이 속속 등장했다.
 
먼저 <웃찾사>의 <응답하라 1594>는 세월호 참사와 각종 인사 문제 등을 꼬집는 풍자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강장군으로 나오는 강성범의 코너 마지막 발언은 의미심장한 구석이 많다.
 
<응답하라 1594>의 바통을 이어받은 곳은 <LTE 뉴스>다. 이는 현 정치권을 더 구체적으로 노골적으로 비꼬고 있다.
 
지난달 27일 방송에서 앵커들은 "교육부 장관 후보 김명수씨는? 표절이요", "국무총리 후보자 문창극씨는? 망언이요"라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최근 각료 인사의 문제를 비판했다. 지난 4일 방송에서는 최근 군대에서 발생한 임병장 사건을 거론하면서 군당국이 딴짓거리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전히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주장하고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외면하는 일본을 두고 진실성, 도덕성, 개념 등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웃찾사>의 두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느끼고 있는 불만을 공감가게 표현하면서 <웃찾사>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
 
<개그콘서트> 내에서도 정치 풍자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동네 청문회>는 배경만 우리동네일 뿐이지 국회 청문회장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격수'와 '진상' 등으로 지칭하는 것과 생트집을 잡거나 내 편이면 무조건 두둔하는 개그맨 청문위원들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김준현이 대권주자로 나오는 <존경합니다>는 역설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김준현을 통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실상을 우회적으로 비꼬고 있다.
 
오래전부터 정치풍자가 줄어들어 예전같은 관심에서 멀어진 tvN <SNL 코리아>도 다시 풍자의 색을 내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방송분에서는 '으리 엔트리' 논란을 겪으며,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월드컵 참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국민들의 도마 위에 오른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정조준한 콩트를 만들었다.
 
이날 신동엽은 "국가대표는 의리로 뽑는 게 아니라 원칙과 소신이 있어야 한다. 원칙도 끝까지 못 지키면 입 밖으로 내뱉지 말라"고 충고해 박수를 받았다. 홍명보 감독을 노린 촌철살인이 아닐 수 없다.
 
방송가에서는 최근 정치풍자 개그가 바람을 탄 데에 세월호 침몰사고와 청와대의 인사 문제 등 대형 사건 사고와 실망스러운 인사가 계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정부의 행태에 무기력감을 느낀 사회분위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정치풍자는 주기적으로 유행이 돌아온다.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최근 사회 분위기와 국민 정서가 정치풍자 개그를 하기 좋은 시점"이라며 "시청자들이 자신들 대신 속시원히 말해주는 이런 개그에 환호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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