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미인도>에서 갑작스럽게 얼굴을 알린 뒤 MBC 드라마 <선덕여왕>을 통해 스타반열에 올랐다. 냉정하고 차가운 이미지, 다소 슬픈 눈은 김남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SBS <나쁜 남자>의 심건욱을 통해 그의 매력은 절정에 달했다. 정소민, 오연수, 한가인을 오가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최고의 인기 속에 군 입대했다. 그리고 KBS2 <상어>를 통해 복귀했다. 여전히 김남길의 눈은 슬펐고, 무거웠다. 홍콩배우 양조위의 눈을 닮은 김남길의 서늘한 눈은 여전히 브라운관 안에서 빛을 발했다.
그런 김남길이 힘을 뺐다. 서늘했던 눈은 다소 어수룩하게 풀려 있었고, 미소는 많아졌다.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의 김남길은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었다.
새로운 얼굴로 관객들을 대할 준비를 하고 있는 김남길을 지난 24일 만났다.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려고 했던 의도가 녹아있어서 좋았다"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 김남길. 하지만 그는 영화 촬영 내내 남모를 고뇌에 빠져 있었다.
◇김남길-손예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두 번째 만난 손예진과의 편안함"
손예진과 연속해서 두 번째 작품이다. 촬영 중간에는 열애설도 있었다. 나이도 비슷한 성격도 비슷한 두 사람의 친분은 굉장히 깊어보였다. 여러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울러 극중반 두 사람의 소변신은 예상치 못한 반전 개그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호흡에 웃음을 터뜨린다.
"사실 그렇게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은 장면인데 많이 웃으시더라고요. 저의 진지함과 손예진의 청순함이 만나 소변을 본다고 생각해서 그랬나봐요. 저는 '저게 웃겨?'라고 물어봤었어요."
첫 번째의 손예진과 두 번째의 손예진과는 어떤 차이가 있었냐고 물었다. 김남길의 대답은 "익숙함이 좋았다"였다.
김남길은 "익숙함이 확실히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신선함이 좋았다. 예진이와 두 번 호흡을 맞추면서 익숙한게 더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다 편하고 잘 맞았다. 그 호흡이 그대로 묻어났던 것 같아 좋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여배우에 대한 배려도 하나의 일이다. 스태프는 물론 남자 배우나 감독도 여배우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김남길은 "여배우들에 대한 배려는 다 하고 필요한 거지만 그 배려의 정도나 크기는 제각각 다 다르다. 예진이는 그런 면에서 잘 받아주는 스타일이고 편안한 타입이다. 스스럼없고 사람도 좋아한다. 얼굴도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 정말 좋은 여배우"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앞서 손예진은 김남길에 대해 "장사정 그 자체"라고 말했었다. 1분 가까이 손예진을 칭찬한 김남길에 비해 손예진의 워딩은 다소 가벼웠다.
이 말을 전해들은 김남길은 "예진이가 그랬다고요? 얘를 그냥"하고 일어나는 동작을 취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김남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힘이 들어가는 연기..억지스러웠다"
김남길은 제대후 첫 복귀작으로 <상어>를 택했다. 강한 복수심을 가진 한이수 역이 그의 선택이었다. 손예진과의 진한 멜로가 있는 이 작품은 기대를 모았지만,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김남길은 시청률과 상관없이 <상어>에서의 자신의 연기를 상당히 못마땅해했다.
"실패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김남길은 "뭐든지 하면 할 수록 실력이 느는데, 내 연기는 늘지 않았다고 판단됐다. 연기도 감각적으로 깨어있을 때 하는 거랑한동안 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하는 거랑 차이가 컸다. 자꾸 힘이 들어가고 뭔가를 표현하려했다. 억지스러운게 많았다. 배우가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포기할까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다. 산적의 두령이지만 쓸데없는 농담을 일삼고 하는 일마다 대부분 실패하는 역할이다. '나사가 빠진' 혹은 '정신이 나간'이라는 수식어가 주로 붙는 인물이다.
김남길은 "억지스럽지 않은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편안해야 보는 사람들도 편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접근했다"고 말했다.
놀라웠다. 코믹과 이렇게 어울리는 배우인지 몰랐다. 꽤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김남길은 촬영 내내 힘이 빠지지 않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힘을 빼려고 하는데 힘이 빠지지 않았어요. 사극도 여러 번 했고, 좋아하는 편안한 코믹연기를 하는데, 특화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코믹을 가볍게만 생각한게 패인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힘을 빼려고 해도 무게를 잡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자괴감이 컸죠."
"그래도 잘했다. 촬영 내내 계속 힘들었었나"라고 물었다. 촬영 내내 힘들었었단다.
김남길은 "철민이형이나 해진이형, 경영이형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무뢰한>이다. 형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지금은 꽤나 편안하게 힘이 빠진 느낌으로 연기하고 있다"며 "요즘엔 연기라는 것이 정말 재밌다"고 웃어보였다.
차기작인 <무뢰한>은 전도연과 함께 한다. 김남길은 살인사건 용의자를 쫓는 형사 역할을 맡는다.
"<무뢰한> 기대되요. 제대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연이 누나한테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다시 또 무거움을 택한 김남길. <나쁜 남자>에서 보여줬던 강렬함이 스크린에서 드러날지 궁금증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