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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손예진 "높은 흥행타율? 어떻게든 돈은 안 잃어"
입력 : 2014-07-30 오후 4:19:13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충무로에는 '날씨가 추워지면 손예진이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실제 손예진의 전작을 살펴보면 <클래식>부터 전작 <공범>까지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10월에서 1월 사이에 개봉했다. 그만큼 겨울에 어울리는 감정 연기를 스크린에서 펼친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그런 손예진이 이번에는 무더운 여름 스크린에 얼굴을 비췄다. 게다가 한 번도 참여한 적 없는 사극이고, 캐릭터도 해적이다. '청순미'의 대명사인 그는 신작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을 통해 카리스마를 택했다.
 
어울릴까 싶었다. 애절하게 눈물을 흘리거나, 아름다운 미소를 보이는 손예진이 아닌 무섭게 인상을 쓰고 칼바람을 휘두르는 모습이 낯설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우려는 기우로 변했다. 짙은 아이라인으로 강한 인상을 만든 손예진이 와이어를 타고 배와 배사이를 넘나드는 액션은 신선했고 흥미진진했다.
 
그런 손예진을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카리스마를 내뿜던 해적이었던 스크린 모습과 달리 실제 손예진은 여전히 청순함이 느껴졌다. 틈틈히 비추던 미소도 아름다웠다.
 
이제껏의 이미지와 정반대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야 하는 그는 예상외로 여유가 넘쳤다. "예전에는 늘 최악을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며 특유의 눈웃음을 지은 손예진. 카리스마를 선택한 그의 '해적이 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예진 (사진제공=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지만 '여월'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KBS2 드라마 <한성별곡>, <추노>를 비롯해 영화 <7급공무원>을 집필한 천성일 작가의 신작이다. 충무로에 시나리오가 돌 때부터 "엄청 재밌는 시나리오"라는 소문이 돌았다. 손예진은 감독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접했다.
 
"그냥 봤는데 정말 재밌었다"고 말한 손예진은 "이런 시나리오는 듣도 보도 못했다. 국새가 없었던 조선 초기 10년이라는 나름의 팩트를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했는데, 천재 아닌가요? 천 작가님은 정말 대단한 이야기 꾼인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설정 자체가 재밌었다. 게다가 여자 해적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캐릭터였다. 대부분 사극이 남자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는 드물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이었던 이 시나리오는 수 년이 지나 KBS2 드라마 <상어>가 끝날 무렵에 제작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김남길과 함께 했던 <상어>는 두 주인공에게 몸과 마음이 굉장히 고달픈 작업이었다. 시청률도 예상외로 저조했으며, 현장 분위기도 다소 험했다고 한다. 게다가 손예진이 맡은 조해우는 깊은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연일 이어지는 밤샘촬영에 깊은 감정연기를 소화해야 했던 손예진의 당시 심신은 굉장히 지쳐있었다고 한다.
 
"육체와 정신이 모두 힘들때였어요. 그런데 <상어>가 끝나자마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거예요. '액션도 처음인데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컸죠. 그래도 이 신기한 캐릭터를 놓칠 수가 없어서 시작했어요."
 
<해적>은 역시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특히 추위와의 싸움이 힘들었다. 멋있는 동작을 취해야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발길질과 칼부림 역시 어려운 작업이었다.
 
손예진은 "특히 무술팀하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는데, 감독님이 몇 가지 동작을 바꾸라고 하면 그걸 순발력있게 보여주기가 어렵더라. 아무래도 처음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면서도 "액션에 대한 재미를 느꼈다. 또 하라고 하면 액션 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손예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김남길 같은 남자배우는 처음이야"
 
손예진과 김남길은 독특한 인연이 있다. 드라마 <상어>에서 작업한 뒤 곧바로 <해적>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해적> 촬영 중간에는 열애설도 났었다. 스캔들 자체가 많지 않았던 손예진에게 있어 김남길은 특별한 동료일 수 밖에 없다.
 
그런 김남길을 두고 손예지는 '장사정'이라고 했다. 장사정은 <해적>에서 김남길이 맡은 역할로 극중 산적의 두령이다. 기존 산적의 두령답지 않게 시종일관 까불거리고, 깊이가 얕다. 수다스럽고 웃기다. 그런 그가 김남길과 꼭 닮았단다.
 
"<상어> 때부터 장사정이었어요. 김남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무겁고 강한 카리스마. 첫 만남부터 확 깨졌어요. 말도 많고 수다스럽고 정말 웃겨요. <상어> 때 현장이 혹독했거든요. 그런데도 끊임없이 웃기려고 노력해요. 만약 장사정이 진지한 역할이었으면 몰입에 방해됐을 거예요. 남길 오빠는 귀여운 면이 많아요. 때로는 동생 같기도 하고요."
 
앞서 김남길은 손예진을 두고 "촬영 현장에서 여배우에 대한 배려가 기본적으로 필요한데, 예진이는 나이스하게 먼저 분위기를 푼다. 소탈하고 의외로 털털하다"고 극찬했다. 김남길에 칭찬에 비해 손예진의 워딩은 다소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김남길은 그렇게 칭찬했는데 워딩의 차이가 좀 크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이에 손예진은 "남길 오빠가 그렇게 말해줬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남길 오빠는 장사정이에요"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표정을 가다듬은 그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남자다. 현장에서 인기가 정말 많다"며 열애설이 났을 당시에도 김남길이었기에 편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로 그날(열애설 기사가 나온 날) 밤 촬영이 있어서 현장에 갔는데, 서로 웃으면서 넘겼어요. (박)철민 오빠가 둘의 손을 잡으면서 '결혼하라'고 하고, 오히려 즐거웠어요. 오해 받을만 해요. 그만큼 친하게 지냈어요. 힘들 때 제 대기실에 와서 웃겨주고 가고, 얼굴을 늘 피곤해보이는데 그렇게 도움을 줘요. 그런 남자배우는 처음이었어요."
 
◇손예진 (사진제공=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흥행? 어떻게든 돈은 안 잃어요"
 
여전히 청순미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지만, 최근 필모그래피를 보면 청순함과 거리가 있다. <공범>에서는 아버지를 의심하는 딸, <상어>에서도 할아버지와 대립하는 검사였다. <무방비도시>, <아내가 결혼했다>, <오싹한 연애>, <타워>,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은 청순하지 않았다. 다만 <클래식>, <내 머리 속에 지우개>, <여름향기>에서의 잔상이 깊을 뿐이었다.
 
"맞아요. 저 청순한 역할만 하지 않았어요. 배우라면 누구나 똑같은 모습으로 소모되길 원치 않아요. 저는 캐릭터와 장르가 겹치는 걸 원치 않았죠. <타워>는 재난영화, <공범>은 감정의 끝, 해적은 버라이어티 액션이에요. 다 달라요."
 
특히 <연애시대>(2006)의 유은호에 대한 기억이 깊다. 여전히 온라인 게시판에는 '내가 꼽는 최고의 드라마'에 <연애시대>가 꼽힌다. 20대 후반의 이혼여성이면서, 전 남편과 여전히 아침을 먹고 교류를 하는 유은호. 인간미가 넘쳤던 유은호는 여전히 뭇남성들에게 이상형으로 꼽히는 캐릭터다.
 
"저는 원래 연기 좀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연애시대> 찍으면서 '재발견' 이런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연기 잘한다고. 원래 연기 좀 한다고 생각했어요. 욕 먹은 적이 없었거든요. 칭찬을 강하게 받아서 좀 이상했죠. 그때 스물 네 살이었어요. 그 때 미혼녀를 한 거죠. 다양한 걸 원한다는 제 선택에는 일관성이 있어요."
 
손예진에게는 흥행이라는 또 하나의 일관성이 있다. 손예진은 국내 여배우중 흥행률이 가장 높은 배우로 손꼽힌다. 손익분기점을 못 넘긴 영화는 <외출>과 <취화선>을 제외하면 없다. 이는 스타성과 연기력 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손예진도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나하나 쌓이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어떻게든 돈을 잃지는 않았어요. 상업영화잖아요. 예전에는 연기하는 것에만 정신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자리를 잡았어요. 계속 시간이 지나면서 말그대로 타율이 좋더라고요. 거창하게 큰 흥행을 바라지는 않았고, 손익만 넘기기를 기도했는데 그렇게 되고 있어요."
 
이번에도 좀 불안했다. 국내 4대 배급사가 핵심 영화를 일주일 단위로 내놓았다. <해적>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이다. 주인공으로서 부담감이 생길 법도 한 상황. 하지만 여유를 찾았다는 게 손예진의 설명이다.
 
"<오싹한 연애> 때는 정말 스트레스가 극심했어요. 저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해서. 그런데 손익은 넘겼어요. 그러면서 흥행에 대한 두려움이 좀 풀리기도 했어요. 이번에도 스트레스가 좀 있었는데, 시사회 끝나고 자신감이 붙었어요. 관계자 분들이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안심하고 있어요."
 
늘 새롭고 다양한 이미지를 추구해온 손예진이다. 최근 몇 년동안 쉼 없이 달려온 탓에 당분간은 쉬고 싶단다. "시나리오는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강하게 끌리는 작품이 없다"는 손예진.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어떤 작품이 손예진의 마음을 끌어당길지 말이다. 그러면서 변함없는 것이 있다. 어떤 작품이든 손예진은 새로운 모습을 완벽한 연기로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말이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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