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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거리'·'해무', 두 얼굴을 가진 이희준의 파괴력
입력 : 2014-08-05 오후 6:10:35
◇이희준 (사진제공=NEW)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이런 말 하기는 좀 웃긴 것 같은데, (이)희준이는 (영화계의) 차기 대권주자라고 생각한다."
 
영화 <해무>에서 이희준과 함께 연기한 배우 김윤석의 말이다. "연기적인 재능이 워낙 탁월하고, 작품에 대한 몰입이 훌륭하다"면서 '차기 대권주자'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인정하고 마음에 드는 후배라는 뜻이다.
 
최근 <해무>가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되면서 이희준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김윤석과 박유천, 한예리가 스토리의 중심에 있지만, 잔상이 깊은 인물은 이희준이 연기한 창욱이라는 의미다.
 
<해무>는 고기가 아닌 사람을 실어나르기 위해 출항에 나선 전진호의 선원들이 예기치 못한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뒤 광기에 휩싸인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희준이 연기한 창욱은 전진호의 선원으로 성욕이 남다르게 강한 인물이다. 특히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섹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창욱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때로는 엄청난 공포를 유발한다. 극 후반부 긴장의 키가 되는 인물이다. 이희준은 창욱을 통해 극의 흐름에 맞게 심장을 조이기도 하고 풀기도 한다. 특히 눈알을 돌리는 연기만으로도 성욕을 드러내는 장면은 임팩트가 깊다.
 
<해무> 연출을 맡은 심성보 감독은 "기괴함과 준수함을 동시에 갖춘 배우"라며 "송강호와 김윤석, 설경구, 최민식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능을 갖춘 배우"라고 평가했다.
 
심 감독은 "영화 <화차>에서 나왔던 인상이 깊어 캐스팅하게 됐다. 애초 창욱이라는 역할은 기존 모델을 두지 않고, 새롭게 실험한 캐릭터"라면서 "종이 한 장 차이로 혐오감을 줄 수도 있고, 연민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 이희준이 뛰어난 캐릭터 분석과 연기력으로 연민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심 감독은 이희준의 캐릭터 연구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감독이 부담감을 느낄 정도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심 감독은 "창욱이 노숙자인데, 이희준은 실제 노숙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희준은 대구출신이라 여수 사투리를 써야 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여수를 찾았다. 작품에 대한 태도와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한 노력은 가히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이희준 (사진제공=JTBC)
 
이희준은 <해무>에서 특이한 역할을 맡았던 반면 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에서는 평범한 이미지의 창만을 연기한다. <유나의 거리>에서는 특이하거나 과장된 연기 대신 몸에 힘을 뺀 편안한 생활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각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유나의 거리>에서 이희준은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창만으로 분한다.
 
하지만 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평범함에도 못미치는 인물이라 창만은 모든 사건의 해결사가 되며, 이 모습에서 따뜻한 희망을 전한다.
 
이희준은 창만을 통해 연기를 하는 느낌이 아닌, 실제 인물이 극에 들어와서 행동하는 듯한 연기를 선보인다. 기술적인 면에서 흠 잡을 곳이 없는 것은 물론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 역시 뛰어나다. 꼭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미세한 감정을 전달하는 부분은 이희준의 재능이 빛나는 대목이다.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연극무대에서 내공을 쌓은 이희준은 지난 2010년 연극 <B언소>에 출연할 당시 KBS 드라마 스페셜 PD의 눈에 띄어 단막극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KBS2 드라마스페셜 <동일범>에서 이희준과 호흡을 맞춘 모완일 PD는 지난 2011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희준이란 배우는 연기를 참 잘 한다. 계산해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사람이다. 작업하는 내내 감탄했다"고 칭찬한 바 있다.
 
PD들 사이에서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은 이희준은 영화 <부당거래>, <퀵>,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화차>, <감기> 등 크고 작은 역할을 통해 꾸준히 연기력을 쌓았으며, 지난 2012년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천재용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직장의 신>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이름값을 높였다.
 
매 작품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김윤석으로부터 '차기 대권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심 감독으로부터는 '차기 송강호'라는 평을 듣는 이희준. 기괴함과 광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현실적인 생활인의 모습도 갖춘는 그가 과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장악하는 배우가 될까. 현재까지의 행보를 봐서는 비현실적인 기대는 아닌 듯 하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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