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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명량' 김한민 감독 "이순신은 통합의 아이콘"
입력 : 2014-08-07 오후 4:23:27
◇김한민 감독 (사진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왜 이순신이었을까부터 궁금했다. 지난 2011년 <최종병기 활> 흥행을 이끌때부터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을 외쳤다. 하지만 이순신은 다양한 매체에서 소재로 다룬 탓에 대중에게는 무척 익숙한 존재다.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김 감독은 이순신을 선택했다.
 
김 감독의 선택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작금의 이순신은 신드롬을 넘어선 태풍에 가깝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다소 적은 대사, 감정을 꾹꾹 누르는 모습과 해상전투신만으로 이순신의 고뇌를 그렸다. 그러면서 큰 울림을 줬다. 영화 <명량>이다.
 
약 3년간의 노력과 고생 끝에 일궈낸 열매다. <명량>의 중심에 선 김한민 감독을 최근 만났다. "이순신 영화니까 최선을 다해야죠"라면서 덤덤히 이순신에 대한 애정을 전하는 그다.
 
"이순신 장군이 통합의 아이콘이 됐으면 좋겠다"는 김한민 감독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김한민 감독 (사진공=CJ엔터테인먼트)
 
다음은 일문일답.
 
- 오랜 시간 동안 힘겨운 사투 속에서 만들어낸 작업이다. 영화를 봐도 참여했던 사람들의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 영화를 완성시키고 나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순신 영화니까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최선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배우나 스태프들 모두 최선 이상의 감정으로 노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지도에 비해 약한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군말 없이 열심히 했다. 이 영화에 참여한다는 것에서 태도가 남달랐다. 모두들 자긍심이 컸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 왜 이순신이었을까가 궁금하다. 그리고 김 감독은 이순신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알려진대로 알려진 이순신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태어난 곳이 이순신 장군이 있었던 전라 좌수영 부근이다. 어릴 적부터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체화돼 있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순신은 위대한 인물 정도로만 느끼고 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이 사람이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기억은 안나는데 이순신에 대한 서적을 읽으면서 엄청 빨려들어갔다.
 
오래 전부터 이순신 장군의 영화가 나왔으면 했는데, 내 손으로 탄생하게 될 줄은 몰랐다. <최종병기 활> 찍을 때 이순신 3부작을 구상했다. 당시에 '이 영화가 잘 돼서 <명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됐다. 의외로 <명량>을 만들게 된 기간이 빨리 왔고, 촬영부터 편집, CG까지 3년이 걸렸다. 이순신 장군 영화 만드는데 이정도면 양호했다고 생각한다.(웃음)
 
- 사실 이순신 장군의 업적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그 속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김 감독은 그 지점을 정확히 찾아낸 것 같다. 그리고 이를 영화로 옮겼다. 이순신 장군의 알려지지 않은 드라마를 만드려고 했던 이유가 있나.
 
▲숙성돼 가는 이순신의 정신을 드러내고 싶었다. 최대한 고증을 많이 했는데, 이순신이 당시에 처한 상황은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들정도로 어려운 형국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포기를 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선조는 육군이랑 합치라 하고, 신하들도 심기를 어지럽게 하고 있었다. 고증을 통해 이러한 지점을 확인했다.
 
전쟁 수행 자체가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이었다. 그걸 극복했다는 게 위대하다고 느껴졌다. 삶과 죽음을 초연한 생사관이라 생각했다. 이를 요즘 시대의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졌다.
 
- 61분간의 해상전투신이 화제가 됐다. 사실 용기에 가까운 선택이다. 61분 동안 싸움만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울림을 준다는 게 쉽지 않은일이 분명한데 그것을 해냈다. 61분간의 해전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애초에 60분간의 해전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순신의 정신을 해전을 통해 구현했으면 한다 정도만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장군의 정신이 드러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장면을 배치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 액션이 투박하다. 최근 영화들을 보면 세련됐는데, <명량>의 액션은 굵직한 느낌이다.
 
▲실제 전투가 그랬을 것 같다. 투박하고 처절하고 떼로 싸우고. 나라가 걸린 싸움인데 그렇게 싸우지 않았을까 싶다. 무술팀에게 고맙다고 할 수밖에 없다.
 
- 최민식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만큼 최민식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 그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아냈다.
 
▲이순신을 연기해야하기에 내공이 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적인 경륜이나 깊이가 나오는 배우. 최민식 밖에 없었다.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제안했고, 빠르게 만났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고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내가 평가하기에는 최민식은 정말 엄청난 배우다.
 
◇김한민 감독 (사진공=CJ엔터테인먼트)
 
- 영화를 보고나면 현 시대의 리더들에게 일갈하는 느낌이 든다. '리더라면 최소 이런 모범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 것 같다.
 
▲충분히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일갈이나 전달보다 이 영화가 주는 위안이나 힘, 용기가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너무 힘들지 않나. 팍팍하고 계층 분열도 심하고 지역적으로도 갈등이 있고, 그 구심점이 되는 인물이 이순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순신은 지역과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위대하게 생각하는 인물이 아닌가. 통합의 아이콘이라고도 할수 있다. 영화가 나오고는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는 순간'이라는 대사다. 김한민 감독에게도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었던 순간이 있었나.
 
▲<최종병기 활> 때였다. 두려움이 컸던 순간이었다. 성공여부가 내 인생에 변곡점이 되는 시기다. 그 때 성공을 하면서 용기를 얻었고 자신감으로 변환되면서 <명량>에 도전할 수 있었다.
 
- 3부작을 만든다고 했다. 시나리오도 나왔다고 들었고, 혹자는 <명량>보다 더 재밌다고 했다. 진짜 이순신 3부작을 만들 생각인가.
 
▲그러고 싶다. 한산도대첩, 명량대첩, 노량해전은 각각 특징이 명확하고 스토리도 충분한 해전이다. 명량대첩이 나왔으니 이런 기운으로 이순신의 해전을 쭉 이어가면서 그 정신도 기리고 싶다.
 
그럴려면 <명량>이 더 잘돼야한다.(웃음)
 
- 앞서 최민식은 3부작 출연을 고사했다. 김명민을 시키라고 했다. 고생이 심해서 그랬던 것 같다.
 
▲아직 더 얘기가 필요하다. 다른 인터뷰를 보니까 본인의 연기가 아쉽다고 하는데, 그러면 또 나와서 완벽하게 잘 해주면 되지 않냐. 최민식과 또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재미를 찾고 더불어 명량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이순신의 정신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극장을 나왔으면 한다. 또 그 울림을 바탕으로 관심을 더 많이 가졌으면 한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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