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길거리를 걷다가 수도 없이 보이는 것 중 하나가 맨홀이다. 전국 189만개 이상의 맨홀이 국내에 존재한다. 만약 그 맨홀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사람을 납치하고 감금한다면 어떨까. 신작 <맨홀>은 이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도심공포스릴러 장르의 영화다.
맨홀 밑에서 살아가는 살인마 수철 역은 정경호가 맡았고, 수철에게 납치당한 수정 역에는 김새론, 동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니 연서 역에는 정유미가 연기한다.
영화를 취재진에게 선공개하고 배우 및 감독의 촬영 소감을 들어보는 <맨홀> 언론시사회가 25일 오후 2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101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들을 압박하는데, 대사는 많지 않다. 대부분 액션과 동선으로만 관객들에게 공포심을 안긴다. 영화 중반부 이후부터는 맨홀 안에서의 배경 소리만 흐른다. 기이한 체험이다.
신재영 감독은 "100분이 넘는 영화에 대사가 거의 없다. '악', '윽', '수정아' 등이 전부다"라며 "대사 없이도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만들려고 했다. 이 영화의 관전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살인마를 연기한 정경호다. 깔끔하고 세련된 비주얼을 버리고 거뭇한 기름 때를 얼굴에 덕지덕지 묻힌 채 등장한다. 한 마디의 말보다 섬뜩한 눈빛으로 약한 사람들을 괴롭힌다. 행동 하나 하나가 공포심을 유발한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정경호는 "<맨홀> 속 수철은 주변에 없는 인물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며 "맨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까가 고민이었다"며 개연성 있는 악역이 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수철은 어릴적 가족을 불태워 죽인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사는 인물이다. 대부분 무섭고 공포스럽지만 때때로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정경호는 "수철이 왜 사람들을 납치하고 나쁜 짓을 하는가에 대한 타당성을 얻고 싶었다"며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자기만의 가족사진을 채우고 싶은 수철의 아픔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정유미는 수철에게서 동생을 구출하려는 언니 연서로 등장한다.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동생을 찾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서는 언니로 변신을 시도했다.
"처음으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는 정유미는 "동생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만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2000년생 김새론은 극중 말못하는 농아이자 연서의 동생 수정으로 등장한다. 수철의 타겟이 돼 납치를 당한다. 어두운 영화의 작품을 주로 선택해온 김새론은 <맨홀>을 통해 10대 배우로서의 진가를 발휘한다.
김새론은 "어두운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수정이는 그래서 선택했다기보다는 시나리오가 좋고 남들이 하지 않는 역할이라서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저씨>, <바비>, <맨홀>까지 유독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 출연이 많았던 김새론은 "나이가 어려 영화를 못 보는 아쉬움이 크다"며 "영화를 찍을 때만큼 볼 때 뿌듯함과 희열이 있는데 그 재미를 못 느끼는 게 가장 아쉽다"고 토로했다.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의 세계인 맨홀을 지배하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그 속으로 납치된 자들의 목숨을 건 생존게임을 그린 <맨홀>은 오는 10월 8일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