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영화리뷰)'슬로우 비디오', 일상에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동화
입력 : 2014-09-24 오후 4:44:11
◇<슬로우 비디오>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20세기폭스 코리아)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 2010년 영화계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었다. 차태현과 신인김영탁 감독이 만든 <헬로우 고스트>가 <추격자> 팀이 뭉친 <황해>보다 높은 스코어를 기록한 일이다.
 
당시 귀신을 소재로 아름다운 가족영화를 만들었던 김영탁 감독과 차태현이 다시 한 번 뭉쳤다. <슬로우 비디오>다.
 
이번에는 귀신이 아닌 동체시력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들고 나왔다. 150km의 빠른 공도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이는 능력이다. 야구선수를 하면 좋지만 달리기만 하면 옆으로 넘어지는 문제점이 있어 야구선수는 되지 않는다. 눈이 지나치게 좋아서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야 한다.
 
이 때문에 주인공 여장부(차태현 분)는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집 밖에 나가지도 않고 TV만 보지만,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다. 적절한 내레이션으로 분위기를 푼다.
 
◇<슬로우 비디오> 스틸 (사진제공=20세기폭스 코리아)
 
세상과 벽을 쌓은 장부는 서른이 돼서야 세상 밖으로 나간다. 동네 정도는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CCTV 관제센터에서 일을 한다. 그러면서 하나 둘씩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 그들을 치유한다.
 
그러던 중 CCTV를 통해 첫 사랑을 보게 된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던 어릴 적 첫 사랑 봉수미(남상미 분)을 다시 만난다. 차분하고 예뻤던 봉수미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지만 빚더미에 얹혀있는 소시민이다. 
 
봉수미와 여장부의 만남은 영화 특유의 동화스럽고 아름다운 톤과 버무려져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슬로우 비디오> 스틸 (사진제공=20세기폭스 코리아)
 
독특한 유머코드를 갖고 있는 김영탁 감독의 능력이 재치있게 발휘된다. 우울한 환경이지만 무거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수미를 위해 쇼파를 힘들게 끌고 오는 장부, 매일 아침 동네의 새벽을 알리는 어린 소년과 함께 리어카를 끌어주는 장부, 장부의 사랑을 도와주려는 병수(오달수 분), 장부에게 애정을 쏟는 안과 의사(고창석 분)까지 하나 하나 아름다운 동화처럼 여겨진다. 이 때문에 현실감이 떨어지는 장면도 거부감 없이 넘어가게 된다. 영리한 선택이다.
 
여장부가 수미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동네 지도를 완성하는 지점은 행복함을 준다. 고통의 시간을 견딘 뒤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는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슬로우 비디오> 스틸 (사진제공=20세기폭스 코리아)
 
늘 밝은 톤의 영화를 고집하던 차태현은 다시 한 번 주특기를 들고 온다. 뻔할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은둔형 외톨이를 통해 신선함을 준다. 차태현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산으로 갔을 공산이 크다. 김 감독은 차태현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차태현의 연기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
 
남상미는 자신의 비주얼을 한껏 활용해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완성한다.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전지현과 비슷한 인상이다. 단아한 연기만이 주무기가 아님을 증명한다.
 
장부의 도우미 역의 오달수와 고창석, 말 없이 장부의 말을 따라주는 김강현까지 모두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마지막 반전의 안길강은 감독의 신의 한수다.
 
<슬로우 비디오>는 은행 잎이 거리를 가득메울 가을과 기막히게 어울리는 영화다. 사랑하는 연인과 보기에 안성맞춤. 개봉날인 10월 2일에는 연인의 손을 잡고 영화관으로 향하는 것도 좋겠다.
 
함상범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