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게재한 졸고를 통하여 우리는 개략적으로나마 기업지배구조라는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큰 도화지에 대략적인 스케치가 되어가고 있으나 아직 백지로 남아있는 부분이 상당하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 즉 기업 외부에 존재하는 기업지배구조 요소 때문이다. 기업 외부에 존재하면서 기업의 경영의사결정이나 그 집행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주체와 환경을 기업지배구조의 외부요소라 한다. 주요한 것으로는 자본시장, 기관투자자, M&A시장, 경영자시장, 정부나 감독기관, 지역사회 등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범선의 경우 성공적인 항해를 위해서는 우선 뛰어난 선장, 항해사 그리고 성실한 선원들과 식량 등 필요한 물품들을 잘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항해를 위한 최소한의 요소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이들 인적자원이 유기적으로 활동하게 하고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등의 의사소통 및 지휘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여야 한다. 또 하나 성공적인 항해를 위해서 중요한 요소는 바로, 예상치 못한 외부적 상황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다. 뭉게뭉게 흰 구름을 즐기며 순풍에 돛달고 가다가도 순식간에 돌변하여 휘몰아치는 폭풍우,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나 자욱한 안개 속에 분간이 어려운 암초,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배 또는 해적선의 출몰 등의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항해’를 ‘기업경영’으로 치환하여 생각해본다면, 기업지배구조의 외부적 요소에 관하여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항해에 있어 바다와 같은, 상장회사의 기업지배구조에 있어 기본적인 외부요소는 바로 자본시장이다. 기업경영의 필수 불가결한 자본이 조달되는 곳이며 그 기업의 가치가 평가되는 곳이 바로 자본시장이다. 따라서 자본시장의 큰 흐름이나 제도 변화, 가치평가 등은 상장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부요소중 하나이다. 자본시장에는 외국인, 연기금을 포함하여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기관투자자, 개인투자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우호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무심하게 그냥 지나쳐 가기도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마치 해적선처럼 약탈적인 의도로 접근해 오기도 한다. 따라서 회사는 이러한 자본시장의 여러 도전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안을 미리 준비하여야 한다.
특히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하여 그 역할이 주목되는 것은 바로 기관투자자이다. 영국과 일본은 각각 2010년과 2014년에 이미 기관투자자의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명시하는 규범인 ‘스튜어드십코드’를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논의가 한창이다. 이는 기관투자자가 그들에게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이익을 위하여 충실하게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원칙이다. 물론 강제규범은 아니며 ‘원칙준수 예외설명(comply or explain)’ 방식이다. 즉 준수하거나 그렇지 못하였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그러나 자본시장은 강제규범뿐만 아니라 자율적인 시장규율 또한 중요하게 작동하는 곳이므로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위 원칙의 제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대한 기업의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대응 또한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 이외에도 아직 국내에서는 미미한 경영자시장, 제도변화나 규제를 통하여 영향을 미치는 정부나 감독기관,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이 기업지배구조의 외부 요소로서 직ㆍ간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부지배구조 리스크를 완화하며 장기적인 지속성장을 위해 이들에 대해서도 적절히 응답해야 한다. 결국 기업지배구조의 내ㆍ외부 요소가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과정에 최적의 대응을 하기 위한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경영의 핵심 요소이자 선결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