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은 이미 변화하는 내외부 인구구조 상황에 맞추어 대응 정책을 내놓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금 수립하거나 기업 내부 혁신, 스마트화 등이 그 방안이다. 그러나 가장 눈여겨볼 점은 인구구조 변화 문제의 극복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으로 접근한다는 사실이다. 독일 쾰른 비즈니스 스쿨 르네 슈미트페터 박사의 설명이다.
8일 국회에서 열린 2015 CSR 워크숍에서 슈미트페터 박사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응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략’에 관한 발제에서 유럽의 CSR 인식 변화, 인구변화 문제, 이와 관련한 기업의 CSR 대응 사례를 다루면서 더 나아가 새로운 사회관계 정립을 통해 혁신을 수행하는 주체로서의 기업 개념을 언급하였다.
유럽의 인구변화 문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Eurostat(유럽 연합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 대비 2050년 유럽 인구의 연령분포도는 ‘0에서 50대’까지의 인구는 줄고 ‘60대 이상’의 인구는 모두 증가하는 모양으로 변하게 된다. 40대 인구가 가장 많던 2008년의 ‘종 모양’ 분포와는 달리 중심이 오른쪽(연령대가 높은 쪽)에 한참 치우치게 된다. 또한 유럽 대부분 국가의 출생률은 1.6 미만에 머무르고 있으며, 산모의 평균연령도 높아지는 추세다.
슈미트페터 박사는 “인구 변화는 독일 산업과 기업 성공 여부에 영향을 주는 메가트렌드”이며 “기업은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미지의 영역에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CSR 활동은 ‘해야 한다’는 당위적 차원을 넘어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원천이다.
그는 인구 변화에 대응하는 CSR 활동을 4개로 제시했다.
첫 번째 활동은 ‘정보 공유 및 논의를 통한 인구 변화 의식 제고’로,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인구변화 추이를 공유하는 것이다. ‘지역/기업별 위험 요인 및 기회 요인 분석’의 경우 인구 변화의 지역별 영향 자료를 포털사이트에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Demographic Risk Map 포털사이트는 1990년부터 2030년까지의 자료를 제공해 사업자가 각각 자신 사업의 유럽 내 지역별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슈미트페터 박사는 이외에도 기업이 “여성, 노인, 청년 등 잠재 노동력을 파악”하고, “육아 근로자, 고령 근로자, 가망 근로자의 잠재력을 100%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니즈 해결을 위한 지역 참여가 사회/인구 문제에 새롭고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제안됐다. 독일에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지역사회 기반 CSR 활동을 한 사례가 1000개 이상에 이른다. 예시로는 반겐 시의 ‘장애인 신규 일터 확보’와 하일브론 시의 ‘터키 출신 초등학생 대상 교육 사업’이 있다. 두 예시 모두 기업과 지역사회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도왔고, 현재 장기적인 사업으로 남게 되었다.
이는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와 기업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사회 문제 및 인구변화 상황에 새로운 방법 모델이 될 수 있다. 기업은 단순한 자금 지원의 주체가 아니라 노하우나 인적자원, 기업의 전문성을 제공하게 된다.
슈미트페터 박사는 CSR 모델이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3세대 CSR 모델’은 “기업가와 협조적 경제 체제가 함께 협력하여 정치와 사회적 틀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CSR 활동을 자선활동으로 간주하는 1세대 모델보다, 핵심 사업에 CSR 활동을 녹여 낸다는 2세대 모델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기업 연합체가 지역개발 네트워크를 통해 중소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파트너십 활동을 예로 들 수 있다.
CSR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모든 사회 행위자의 기여가 필요하다. 슈미트페터 박사는 정부의 ‘CSR 소프트파워’를 언급했다. CSR 소프트파워란 “정부가 CSR 활동을 위해 자율법규를 마련하고, 활동에 협력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인식 제고에 도움을 주는 지원 방안”이다. 사회/환경 문제에 법적 조항을 마련하는 강제적 조치와는 결을 달리한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CSR 관련 포럼을 열어 사업가 및 관련 전문가 간에 논의가 발전하도록 돕고 있다.
슈미트페터 박사는 앞으로의 새로운 기업 개념을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그는 “지금까지 기업은 사회구성원의 일부로 인식되었지만 경제-정치-시민사회 간 관계 재정립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혁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사회개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2015 CSR 워크숍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우로부터 우향제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 르네 슈미트페터 쾰른 비즈니스 스쿨 교수, 홍일표 국회CSR정책연구포럼 대표의원, 양춘승 KOSIF 상임이사,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 윤효식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 이장원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류기정 경총 사회정책본부장. 사진/KSRN 박예람기자
KSRN 정연지ㆍ박예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