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옮기려 하는 이는 작은 돌을 들어내는 일로 시작한다’는 공자의 말씀에는 시작의 중요성과 함께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필요성이 함께 담겨 있다. 모든 시작이 다 완성으로 결실을 맺지는 못하지만, 어떤 일이든 시작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시작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공이산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열자의 탕문편에 나오는 우화에서 유래하는 이 말은 우직한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꾸준히 노력하면 큰 성과를 얻게 된다는 의미다. 시작과 끈기가 어떤 일이든 완성으로 이끌 수 있는 성공의 요체인 것이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에 필수적이어서 중요하다는 인식을 했다하더라도 실제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설령 시작을 했다 치더라도 여러 측면에서 꾸준히 추진하지 않으면 전반적인 큰 그림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성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 시작점은 어디여야 할까?
지난해 개정된 ‘G20/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 지난해 제정된 ‘일본 기업지배구조 규준’,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등 여러 기업지배구조 원칙이나 모범규준은 대부분 주주의 권리보호 내지는 주주에 대한 평등한 대우를 그 시작점으로 하고 있다. 모든 주주의 주주로서의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또한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명제이다.
이는 실제 적용과정에서는 소수주주의 권리보호에 방점이 찍히며 소수주주가 지배주주와 비교하여 지분에 비례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왜냐하면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가 직접 회사를 경영하거나 회사의 운영을 맡을 경영진을 선임하고 이들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즉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지배주주 및 경영진에게 회사 운영 과정에서의 이익과 혜택이 일방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고 회사성장의 과실을 모든 주주가 균등하게 향유하도록 해야 하므로, 지배주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소외되기 쉬운 소액주주의 권리보호가 중요해 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주주는 기업의 소유자로서 기본적으로 이익분배참여권, 주주총회 참석권 및 의결권, 정기적이고 충분한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제공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는 본질적으로 정관이나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의 결의로도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또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기업은 주주의 정당한 정보제공 요청에 성실히 응하여야 한다.
근래 들어 해외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우리 상장회사에 대하여 배당확대 요구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 소각 제안이 종종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은 보다 체계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배당정책을 수립하여야 하며 이미 수립된 정책이 있다면 주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또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하여 어떠한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주주와 적극 소통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등에서 기업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하였는데 본래 취지대로 충실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시장에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주주총회의 결의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안건과 관련한 충실한 정보를 충분한 시간 전에 주주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아울러 다수의 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주요 상장기업 상당수가 정기주주총회를 3월 특정일에 개최하는 이른바 ‘슈퍼주총데이’ 관행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동시에 서면투표나 전자투표제의 적극적 활용이 필수적이며 관련해서 단계적인 의무화 규정을 담고 있는 상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