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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58개띠, 가늘고 길게 살아야 한다
입력 : 2016-02-29 오전 6:00:00
70세. 젊다. 청년이다. 일자리를 찾고 있거나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에서 완전히 손 떼는 시기는 70이 넘어서다. 70을 고희(옛古, 드물稀)라 한다. ‘인생70 고래희(古來稀)’의 줄임말이다. 인생에서 70까지 산다는 것은 예부터 드물다는 뜻이다. 그런데 드물지가 않다. 너무도 흔한 나이가 되었다. 이제 고희는 100살이다.
 
오래 산다.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다. 불로하고 영생하고 싶었던 수많은 그 옛날 절대 권력자들보다 오늘 날의 장삼이사가 더 오래 산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맞이하는 100세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천국이다. 진시황이 부러워 할 천국이다. 그러나 천국이 아니다. 지옥이다. 왜일까? 베이비부머의 한가운데 58개띠의 삶을 따라가 보자. 11년 후에 그들이 고희다.
 
58개띠는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던 시기, 대부분 농촌에서 태어났다. 예닐곱 형제자매 중의 하나이다. 떡 한 덩어리, 콩 한쪽을 놓고도 나누어야 했다. 항상 부족했고, 그래서 철들기도 전에 서울로 향했다. 대전, 대구, 부산, 광주도 58개띠에게는 서울로 상징되는 기회의 땅 도시다. 58개띠들은 열에 여덟이 도시에 산다.
 
스물다섯에 결혼하고 아이는 2명을 낳아 키웠다. 지금 돌아보면 생각보다 벌어놓은 것이 별로 없다. 모든 것을 자식에게 쏟아 부었다. 사교육에 허리 휘며 대학도 보내고, 해외어학연수도 보냈다. 그런데 자식들 절반이 비정규직이거나 실업상태다. 31살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캥거루족이 되고 있다. 그런데 58개띠는 은퇴하고 있다. 두렵다.
 
우리 사회는 70에 죽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교육제도, 연금제도, 정년제도 등을 생각해 보자. 모두 다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70전에 죽지 않을 뿐 아니라 100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당연히 100세에 맞추어 제도를 바꿔야 한다. 또한 우리의 라이프 사이클을 길게 늘여야 한다. 현재의 인구구조는 한세대가 지나가야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방법이 없다. 갑자기 30년을 더 살게 되었으니.
 
나쁜 소식은 우리가 여전히 고도성장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이다. 새집이 헌집보다 싼 세상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부동산과 월급은 계속 올라야 한다. 아파트 평수와 차량 배기량도 점점 늘어나야 한다. 대여섯 명이 식당 계산대에서 서로 내겠다고 실랑이를 한다. 까짓, 좀 더 벌면 되니까! 그러나 더 벌 수 없는 세상이다. 더 일해야 하는 세상이다. 부모와 자식이 일자리와 복지를 놓고 싸우게 하는 세상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58개띠가 태어날 때 생산 가능인구 100명이 아이 77명에 노인 5명을 부양했다. 2010년에는 아이 22명과 노인 15명을 부양했다. 2060년이 되면 아이 20명에 노인 80명을 부양해야 한단다. 지금이 부양해야 할 인구가 가장 적다. 지금이 가장 잘 사는 것이고 앞으로 더 잘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말 정신 바싹 차려야 노인빈곤을 면할 수 있다.
 
58개띠는 지금 30년 늘려 살기에 몰두해야 할 때이다. 도시 전셋집 빼서 지역의 작은 평수 집을 사야 할 때다. 가능하면 텃밭을 마련해야 한다. 점점 줄어들 연금에 맞추어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자식 도움 받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웃을 만들고 이웃과 어울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혼자 머리 싸매고 끙끙대면 답 없다. 58개띠의 특징은 “떼”다. 조금 경박한 표현이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개떼 정신, 즉 모여서 같이하는 것이다. 은퇴 전부터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앙코르커리어를 준비해서 ‘짧고 굵게’가 아니라 ‘가늘고 길게, 그러나 우아하게’를 실천해야 한다. 미래가, 그리고 농촌과 지역이 개떼를 기다린다. 나쁘지 않을 것이다.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
 
<이 칼럼은 'Pressian'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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