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토마토칼럼)언론이 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입력 : 2016-08-03 오전 6:00:00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과 언론이 연일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식사비 상한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선물액수 상한은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영란법 시행령이 금품 상한선을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13년 전인 2003년 공무원 윤리강령으로 정한 것이어서 현실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정부에 시행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에 힘을 실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김영란법에 대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상당수 주요언론들도 연일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부각시키면서 저항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김영란법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이 부패 척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2.4%'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 비율 34.2%를 크게 앞섰다. 다른 여론 조사들도 결과는 대동 소이하다.
 
국민들은 공직자와 언론인을 사회 특권층으로 인식하면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일은 사회의 빛과 소금임을 자처해 왔던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핵심은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묘사된 언론인의 모습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는 언론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출입처와 자사의 이익 지키기에 골몰해 온 결과다. 정보통신기술이 급성장하면서 국민들은 비제도권 언론, 파워블로거 등을 통해 참신하고 다양한 시각의 소식을 접하게 됐다. TV뉴스 청취와 신문 구독이 나날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기성 언론은 국민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것에 다름 아니다.
 
김영란법의 시행여부나 개정과 무관하게, 언론은 새로 태어나야 한다. 출입처와의 관계 형성, 취재 방식, 기사 작성 등 일상적 활동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하고 처음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정보는 폭주하고, 무의미한 기사가 난립하는 현 시대에 언론은 과연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언론은 향후 방향에 대해 많은 혼란을 느껴왔다. 적지 않은 시도가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본질은 그대로 인채 껍데기만 바꾸려고 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언론이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지금,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출입처와 이익단체, 회사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독자만을 바라보겠다는 자세가 기본이 돼야 한다. 
 
추상적 국민이 아니라 구체적 이웃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좀더 낮은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비록 스스로 원하지는 않았더라도, 기득권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산업이 앞으로도 쇠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언론이 그 역할을 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손정협 증권부장
손정협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