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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국내 기업 기후변화 ‘규제대응’에만 급급
2016 CDP 기후변화 보고서 분석 결과…저탄소 경쟁력 확보에 ‘비상등’
입력 : 2016-11-07 오전 8:00:00
‘지구평균온도 상승폭을 2℃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목표로 하는 파리협정이 발효되어 저탄소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 다수는 규제대응에만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대응을 기업의 기회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면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저탄소 경쟁 체제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할 수 있다.
 
CDP한국위원회(위원장 장지인·사무국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가 올해 'CDP Climate Change'에 응답한 한·미·일·유럽 기업들을 비교한 'CDP Korea Climate Change Report 2016'에 따르면, 한국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 감축목표수립 등 규제가 도입된 영역에서는 높은 수준을 보인 반면, 자발적인 활동이 요구되는 분야는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재생에너지 목표 수립과 기업의 자발적 실천 모임인 기후변화대응 글로벌 이니셔티브 가입 기업 수가 비교대상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온실가스 산정·검증·감축목표 수립 높은 수준
한국기업은 온실가스의 산정, 검증 및 감축목표 수립 등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정보를 공개한 기업 중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보고한 기업은 82%였고, 2030년 이상의 장기목표를 보고한 기업비율도 19%로 비교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에 비해 장기목표를 수립한 기업의 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삼성화재, 신한금융그룹, 현대건설, KT,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SK하이닉스는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지구평균온도상승 2℃ 이하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과학계가 제시한 감축수준에 부합하는 감축목표를 보고하였다.
 
또한 내부적으로 탄소가격을 설정하여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거나 향후 2년 이내에 반영하겠다고 응답한 한국기업은 61%로 유럽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배출권거래제 등과 같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이 상대적으로 일찍 도입되었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재생에너지 생산·사용목표 수립 기업 전무
반면,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재생에너지의 생산 또는 사용 목표를 수립하였다고 보고한 한국 기업은 전무했다. 단일계통으로 이루어진 한국 전력망의 특성으로 인해, 발전사로부터 직접 전력구매가 불가능하다는 점과 신재생 에너지공급 의무화제도(RPS) 대상인 발전사업자를 제외한 일반기업이 신재생에너지증서(REC)를 구매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재생에너지 관련 목표조차 없다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지점이다. 국내기업이 근본적인 에너지원의 전환 없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이유이다.
 
글로벌 기업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이미 한발 앞서고 있다. 애플, BMW, 코카콜라 등 전세계 81개 기업이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를 발표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이미 기업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였으며, 영국의 통신기업 BT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를 수립하였다.
 
글로벌 이니셔티브 참여 소극적
한국기업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 참여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CDP, 세계은행, WWF 등 33개 국제기구 및 단체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We Mean Business(WBM) 이니셔티브’에는 현재 43개 국가의 467개 기업이 참여하여 기후과학에 기반한 감축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등 적극적인 기후변화대응 노력을 표명하였다. 하지만, WBM이니셔티브에 가입한 한국기업은 대구은행과 코웨이 단 2개사에 불과하여, 응답대상 500개 기업가운데 225개 기업이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고 있는 유럽과 큰 대조를 이루었다.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은 기후변화를 규제대응을 넘어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자발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세계 2대 연기금인 노르웨이연기금과 유럽 최대보험사 알리안츠는 석탄산업 투자철회를 발표하였다. 153개 미국기업은 적극적인 기후변화 정책을 요구하는 청원을 백악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한국기업의 생산과 판매활동은 세계 각지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기후변화대응은 국내 규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저탄소경제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 노력을 통해 기후변화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DP한국위원회 장지인 위원장은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전세계 투자자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업관여는 더욱 증가하고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국내 공적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논의되고 있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예정되어 있어, 우리 기업들이 탄소경영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도 역설하였다. 실제로 공급망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기업이 직접 소유한 시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수배에 이른다. 이에 따라, 많은 글로벌 기업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공급망의 기후변화 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협력사 평가 또는 지원 등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월마트, 포드 등의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연방조달청 등 전세계 89개 기업 및 조직이 CDP의 공급망(Supply Chain)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망의 기후변화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 공급망 기후변화 관리를 도입한 미해군의 레이 메이버스 장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해군 기지와 성공적인 작전 수행을 위협하기 시작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펜타곤은 에너지라는 무기가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공급망 관리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였다.
 
포드, GM, 토요타, 닛산 등 대부분의 주요 자동차 기업이 공급망의 기후변화 위험을 관리하고 있는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아직 기후변화와 관련된 공급망 위험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개최된 'CDP Korea Climate Change Report 2016' 발간 및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수상기업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원
편집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집행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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