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이슈다. 띠라서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재벌’로 표현되는 기업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룹의 콘크롤 타워에서 어떤 방향성과 의지를 가지고 계열사들로 하여금 탄소경영을 독려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대응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CDP한국위원회가 올해 CDP Climate Change에 대응한 기업들을 그룹별로 분석한 결과, 그 리더십의 차이가 나타났다.
LG그룹은 기후변화대응에 있어 리더십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2년에는 CDP 정보공개 대상에 편입된 12개 그룹사 가운데 6개 기업이 정보공개에 참여해 50%의 응답률을 보였으나, 2014년부터는 (주)LG의 CSR 부서가 그룹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모든 계열사가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하고 있다. 단순한 공개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 성과 또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데, 80%의 그룹사가 CDP 평가에서 상위단계인 Leadership으로 평가되었다. 이 가운데서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전자, LG화학 5개 기업은 가장 높은 수준은 Leadership A를 획득해 ‘A 리스트’에 올랐다. 참고로 전세계적으로 Leadership A를 획득한 기업은 193개에 불과하고 이중 우리나라는 14개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안전환경연구소가 리더십을 발휘해 2012년 정보공개대상에 편입된 모든 계열사가 참여했으나, 이후 응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금융 관련 계열사의 이탈이 눈이 띈다. 이는 금융 관련 계열사들이 기후변화를 아직 제조업만의 이슈로 여기는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금융사 중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는 올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기본적으로 자산운용에 있어 투자대상 기업 및 자산의 기후변화대응 및 영향을 반영하는 한편 자신들의 탄소경영에 대해서도 공개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S&P는 기후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36년 이상의 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한 계열사의 수는 삼성그룹이 5개로 가장 많았다.
SK그룹의 경우 기후변화 리더십 측면에서는 LG그룹과 대조적이다. 총 8개의 그룹 계열사가 전세계 금융투자기관으로부터 탄소경영 정보공개 요구를 받았으나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주)만이 대응했을 뿐 나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기후변화에 책임성이 크고 위험 또한 큰 산업군인 석유·화학기업인 SK이노베이션, SK케미칼 등이 응하지 않았다. 이는 SK그룹의 기후변화 콘트롤 타워가 부재하고 리더십 또한 없다는 방증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우리나라에서 CDP가 시작한 초기부터 정보공개 요구를 받아왔으나 한 번도 응하지 않는 폐쇄성을 보여주고 있다.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를 경영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기후변화대응은 '같이‘라는 모토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지배구조 구축이 시급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현대글로비스가 신규로 참여함에 따라 응답률이 소폭 상승했다. 특히 탄소경영 성과를 공개한 5개 기업(현대건설, 현대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모두가 Leadership에 올라와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올해 눈에 띄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는 물론 기아자동차, 현대위아 등 같은 계열사의 탄소경영 정보공개를 통한 기후변화대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한화그룹은 큐셀을 인수하는 등 태양광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한화환경연구소를 중심으로 비상장 계열사의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5년 연속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큐셀을 인수한 한화케미칼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가장 글로벌적인 이해관계자 소통채널인 CDP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상반된 행보를 취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리더십에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CDP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이슈와 관련해 기업과 모든 이해관계자들, 특히 금융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CDP 정보공개가 탄소경영의 글로벌 IR로 평가받는 이유다. 지난 4일 파리협정 발효로 저탄소 경쟁이 본격적으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요 그룹은 계열사들의 유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 그룹 내 기후변화 콘트롤 타워와 리더십 구축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강가경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원
편집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www.ksr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