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남도교육청·통영시·통영RCE(통영시 지속가능발전 교육재단)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관·학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3개 기관은 초등학교 3학년 환경체험교육, 도내 학부모 지속가능발전교육 연수, 유치원·초·중·고등학교 ESD 연수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한다. 통영RCE(Regional Centre for Expertise)는 통영시 소속으로 사람·시설·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통합돼 교육·연구개발·네트워크의 3가지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한 ESD를 위한 기관이다. 같은 달 전남도교육청에서는 본청 대회의실에서 도내 ‘에코 스쿨’ 업무 담당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찬회를 통해 지속가능발전교육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대학이 지역사회와 연계해 ESD를 확산시키는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스웨덴에선 ESD가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자리매김 했다. 입시위주 교육에서 허덕이는 우리 교육현실에선 부러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의 사회책임, 1992년 ‘지속가능발전교육’으로 처음 제시
교육의 사회책임은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의제21’을 통해 처음 사회적으로 공유됐다. ‘의제 21’에 따르면 “교육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고 환경과 발전에 관한 이슈들을 언급할 수 있는 사람들의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후 2002년 열린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담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이 제안돼, 유네스코 주관으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이 시행됐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은 ①기초교육 접근성 향상 ②초등교육부터 대학교육까지 지속가능성에 관한 원리, 지식, 기술, 사고방식, 가치를 가르치도록 교육 재정향 ③지속가능에 관한 공공의 인식과 이해 발전 ④기업, 산업, 고등교육, 정부, 비정부기구, 지역사회단체 등을 포함한 모든 기관이나 조직들을 대상으로 지속가능성 교육과 훈련 시행을 목표로 한다. 즉 ESD는 대중이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지식을 얻어서, 삶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원칙을 실천하도록 돕는다.
ESD는 지역사회와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빈곤, 환경, 문화다양성, 식량, 보건, 사회적 취약성 등 다층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두됐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이 환경은 물론 인권, 평화, 거버넌스, 빈부격차 완화, 지속가능한 소비와 성장처럼 사회·경제적 가치 전반을 다루는 이유다.
미국·캐나다·스웨덴, 지속가능발전교육의 모범 사례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들은 교양교육, 전공교육, 다양한 훈련과 자격프로그램 속에 지속가능성을 포함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미국의 20개 이상의 대학에서 학부과정에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미국 최초로 지속가능성 관련 단과대학으로 설립된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지속가능성 대학(School of Sustainability)이다. 2007년 개설된 지속가능성 대학은 교수진 10여 명, 석·박사학생 20여 명의 소규모 과정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학부과정이 추가되어 공과대학 다음으로 규모가 큰 단과대학으로 성장했다.
하버드 대학교 부설 환경 센터(HUCE : The Harvard University Center for the Environment) 또한 고등교육에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접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환경과 인간사회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와 교육을 장려하는 HUCE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지식인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통해 복잡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HUCE는 이를 위한 학제간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교내 및 교외에서 환경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비와 장학금을 통해 HUCE는 학부 재학생에서부터 교수 및 교직원에 이르는 모든 연구 인력들에게 환경과 관련된 연구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심포지엄, 공개강연, 비공식적 학생회를 후원함으로써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대다수 대학들에서 교양교육에 환경적 소양이나 지속가능성에 관한 교육이 포함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라이어슨 대학은 어떤 전공 출신자라도 지속가능발전 분야의 전문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해외 지속가능발전교육 사례연구'에서 이와 같은 미국과 캐나다의 움직임에 대해 “전 세계적인 ESD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아메리카 캐나다, 미국은 특히 대학이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ESD를 확산하는 거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웨덴은 ESD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국가다. 스웨덴 정부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를 ESD의 기초 단계로 설정하고 2008년 스웨덴 국제 원조 기구(SIDA)를 통해 5년간 총 7500만 스웨덴크로나(한화 130억원)를 지원해 스웨덴 지속가능발전 교육 센터를 세우도록 했다. 스웨덴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위한 국제 센터는 유엔 새천년 발전 목표(UN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유엔 지속가능발전교육 2005-2014(Decade of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2005-2014) 등 국제기구가 발표한 기본적인 틀을 바탕으로 센터의 목표와 실행 전략을 고민한다.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을 강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센터는 교육가, 정부기관, 시민사회조직을 망라한 공식·비공식 교육 기관의 정책 결정자들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학생이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선택해 진학하는 스웨덴에서는 각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ESD프로그램과 학교의 환경 정책을 홍보책자에 싣는다. 학교의 ESD가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는 이유 중 중요한 것이 되었다. 교육서비스가 세금으로 유지되는 스웨덴의 대학은 정부 기관에 해당하기에 사회적 책임에 민감하다. 대학은 지역사회의 큰 소비자이며, 공동체 정책에 영향을 주는 이익집단이자,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면서 환경에 영향을 주는 집단으로 인식된다.
현재 한국 교육과정에 지속가능발전교육 교과목은 하나
한국은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환경’ 과목에 지속가능발전을 반영해 교육과정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교육과정에 ESD가 정착되기도 전에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을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해당 과목은 ‘환경과 녹색성장’ 과목으로 변경되었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핵심적 목표로 추구한 창의·인성 교육의 시범 과목으로 ‘환경과 녹색성장’이 선정되면서 환경교육은 활발하게 전개되었지만, ESD가 지향하는 지배구조 투명성과 시민참여, 빈부격차 완화, 인권, 윤리 등에 대한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졌다.
앞서 경남도교육청 사례를 살펴보았듯 최근 들어 ESD를 위한 지역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는 하다. 유네스코의 ESD 10년 기간이 종료됐음에도 교육과정에 ESD를 접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환영할만하나, 현재 한국 초·중등교육과정의 ESD 활동은 환경부문에만 초점이 맞춰진데다, 그나마도 체험활동으로만 접할 수 있는 실정이다. 정규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은 ESD는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환경과 녹색성장’ 한 과목뿐이다.
더군다나 ESD 실현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단위 학교의 실천역량 구축은 입시위주의 현존 학교 교육 현실에서 엄두를 못 낼 형편이다. 환경을 넘어서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사회, 경제적 가치의 전반을 다루는 ESD는 학교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학교에 ‘사회책임교육’ 프레임 도입,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키울 수 있다
서울시 교육청 정책연구보고서 '학교 운영의 사회적 책임 증진 방안 연구'(2010년)는 “학교에 ‘사회책임교육’ 프레임을 도입해 학생들이 사회적 책임을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물론, 학교 운영 과정에서도 사회책임경영을 도입해 자연스럽게 사회적 책임을 몸에 익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경영과정과 교육과정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는 사회책임교육의 중요한 축이다. 교육과정에서 환경, 인권, 노동, 소비자, 윤리, 사회공헌과 자원봉사 등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회적 책임의 핵심 내용을 강조해 학생들의 책임성을 높이는 한편, 학교 경영을 사회책임 경영으로 전환하는 등 공공기관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가이드라인 ISO26000은 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까지 사회적 책임에 입각한 경영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학교 등 교육기관이 물론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ISO26000이 제시하는 7가지 핵심 주제와 ESD의 핵심 내용을 접목해 마련한 ‘투명한 학교’, ‘친환경 학교’, ‘행복한 학교’, ‘더불어 사는 학교’의 네 가지 준거 틀이 학교 교육현장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교체 등 사회적 급변기를 맞아 ESD의 복원을 적극 검토할 때이다.
학교에 '사회책임교육' 프레임을 도입해 학생들이 사회적 책임을 교육과정에서 배우게 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KSRN
박예람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