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임은석기자]취업준비생인 김모(26·여)씨는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 발표를 접하고 취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지방 출신으로 지빙대학을 나와서인지 면접은 커녕 서류 전형에서 매번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방대학 출신이다보니 아무래도 입사 지원서를 넣을 때 학벌에 대한 걱정부터 하게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블라인드 채용이 빨리 도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달 부터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 도입되면서 이 흐름이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등은 5일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에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이날 합동 브리핑에서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과정에서 편견이 개입돼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출신지, 가족관계, 학력, 외모 등을 걷어내고 실력을 평가하여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전형기준을 개선(2007년)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능력중심채용 제도를 도입(2015년)하는 등 블라인드 채용 논의가 진행돼왔으나, 그동안은 권고 수준에 그쳤다. 모든 공공부문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을 대대적으로 도입하면서 이를 민간 기업까지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현재 민간기업의 입사지원서에 출신지, 가족관계 등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이 법안을 개정해 사진부착을 포함한 신체적 조건, 재산, 종교, 혼인여부 등에 대한 정보까지 기업에서 인사의 기초심사자료로 삼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정부는 민간기업에을 위해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마련하고 채용 컨설팅 및 인사담당자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가이드북에는 채용공고부터 입사지원서, 필기·면접 등 채용단계별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담긴다.
또한 올해 채용수요가 있는 중견·중소기업 400곳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서 개선, 직무분석을 통한 직무기술서·면접도구 개발 지원 컨설팅을 진행하고 인사담당자 1000명에게 블라인드 채용 사례를 중심으로 한 교육을 추진한다.
'블라인드 채용'의 민간 확산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기업이 10곳 가운데 1 곳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인 '사람인'에 따르면 최근 427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는 기업은 26개로, 전체의 6.1%에 불과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기업 가운데서도 모든 전형에서 적용하는 곳은 15.4%에 그쳤다. '앞으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체의 48%가 '그렇다'고 응답해 계획이 없다는 기업(52%)보다 적었다.
강순희 경기대학교 교수는 "블라인드 채용은 기업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인적사항이 주는 편견을 과감히 버리고 실력을 보는 공정한 평가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반드시 직무 기술서를 사전에 공개하고 다양한 직무체험 기회도 제공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다고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세종=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