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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제왕적 기업문화, 이번엔 뿌리뽑자
입력 : 2017-07-20 오전 8:00:00
새 정부가 출범하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가운데, 기업들의 ‘오너 리스크’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은 가맹점에 치즈를 시중가보다 비싸게 공급하고 탈퇴한 가맹점주들의 가게 인근에 직영점을 개설해 저가공세를 펼쳐 업무방해 및 공정거래법 위반,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운전기사들에게 상습 폭언한 사실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위반여부에 대해 이 회장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한 사람의 개인적 잘못에서 빚어진 사건이라 하더라도, 그 피해가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기업 오너들의 일탈은 심각성이 크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이미지 추락과 소비자들의 외면에 따른 매출 감소에 시름하고 있으며, 주주들은 때아닌 악재로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오너는 잠시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슬그머니 복귀하면 그만이지만, 그 동안의 뒷감당은 고스란히 직원들의 몫이다.
 
공정위는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통해, 앞으로 가맹사업 본사 및 임원의 부도덕 행위로 가맹점주가 피해를 볼 경우 본사에 피해책임을 지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배상규정을 가맹계약서에 포함시켜 책임을 명시하기로 했다. 또 본사가 갑질 행위를 신고한 점주에게 보복조치를 할 경우에는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필수물품 구입 강제 관행을 파악하기 위해 주요 브랜드 가맹점들을 현장 방문 점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번 대책이 가맹점의 불합리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이번에 드러난 사건들은 우연한 기회로 공론화가 됐지만 그보다도 훨씬 많은 병폐가 버젓이 뿌리내리고 있다. 오너 일가 소유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하청업체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직원과 협력업체, 주주들이 가져가야 할 결실을 오너 일가와 원청업체가 공공연히 가로채고 있다. 어쩌다 언론에 보도가 되고 시민단체들이 비판을 하지만 그때 뿐이다.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스스로 이 같은 관행을 중단하겠다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언젠가는 부메랑이 돼서 큰 징벌로 돌아온다는 교훈이 필요하다.
 
오너 리스크의 뿌리는 ‘제왕적 기업문화’에 있다. 기업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면서 누구에게도 견제받지 않는 ‘한국적’ 기업 토양에서 오너 리스크는 언제든지 고개를 들기 마련이다. 굴지의 대기업에서부터 소규모 하청업체에 이르기까지 제왕적 기업문화는 만연해 있다. ‘갑’이 ‘을’에게, ‘을’이 ‘병’에게…‘갑질’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정부는 기업과 오너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일벌백계함으로써 명확한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 오너의 일탈이 패가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고, ‘갑’의 횡포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기업문화가 절실한 때다.
 
손정협 프라임부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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