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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원전이익공동체 이익보다 시민의 안전이 우선
전세계 발전량 중 원전비중, 1996년 18% 정점으로 하락세…2014년 10.6%
입력 : 2017-07-31 오전 8:01:00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이에 반대하는 원전 이해관계자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몇몇 주요 언론의 지면을 통해 번갈아 가며 연일 토해내는 친(親)원전 발언은 마치 아바타를 보는 듯 같은 주장을 반복한다. 최근에는 세계원자력협회(WNA)의 '2017 세계 원자력 성과 보고서'(World Nuclear Performance Report)를 인용하여 파리협정 이후 오히려 원전이 늘어났다면서 탈원전은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호도한다.
 
그러나 늘어난 원전 수에 주목할 뿐 전체 발전 중에서 원전 비중이 낮아진 것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WNA에 따르면 전세계 발전량 중 원전비중은 1996년 18%를 정점으로 이후 하락세로 바뀌어 2014년에 10.6%까지 떨어졌다. 박근혜정부의 '2016 원자력발전 백서'에서도 '2015~2040년 추가 원자력 발전 용량은 465GW 정도이며, 이는 원전을 포함한 총 발전용량 증가분 6713GW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전 비중은 낮아지지만 원전 숫자가 늘어난 이유는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에서 많이 짓기 때문이다.
 
탈원전은 세계적 흐름
대한민국의 원전 비중은 국가전력 중 무려 31%이고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비중은 OECD 꼴찌인 1.5%에 불과하다. 중국과 인도는 어떠할까. WNA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원전 36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21기를 건설 중이다. 그렇지만 국가전력 중 원전 비중은 3% 이내다. 2017년 '인도 전력부 연간보고서'에 의하면 인도는 국가전력의 2%에 해당하는 22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5기를 건설 중이다. 인도의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은 17.5%이다. 2027년까지 원전 비중을 4%로 늘리되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은 현재의 5배로 늘릴 계획을 세워놓았다.
 
현재 원전은 33개국이 보유하고 있다. 선진국을 살펴보면, 독일, 벨기에, 스웨덴, 스위스, 이탈리아는 탈원전을 선언했다. 국가전력 중 원전 비중이 우리나라 보다 높은 스웨덴(35%)은 큰 전기요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민 스스로 탈원전을 선택했다. 17기를 보유한 독일은 이미 8기를 폐쇄하여 원전 비중은 13.8%이며 대신 재생에너지발전은 급증하여 31%이다. 독일은 원전을 2030년까지 모두 폐쇄한다. 국가전력의 73% 이상을 담당하는 58기 원전을 보유한 프랑스는 25년에 17기를 줄여 원전 비중을 50%로 낮추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32%로 강화한다. 더불어 전력소비 30% 감축도 병행하고 있다.
 
원전 99기 가동으로 국가전력 8.4%를 공급하는 원전 최다 보유국 미국에서는 현재 원전 4기를 건설 중이다. 미국에서는 2013~2018년 사이 11기 원전이 가동 중단 또는 예정이며 1기가 가동 개시, 2기가 가동 예정 중인 가운데 2030년까지 원전과 대수력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31% 전력이 보급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40년 말까지 원전 약 400기가 해체될 것이라 하는데, 2040년까지 EU 내 해체 예정 원전은 150기 이상으로 신규 예정보다 더 많다. EU 집행위 '원자력실태프로그램(PINC) 보고서'초안에 따르면 원전을 보유한 16개 EU 회원국은 2050년까지 원전 90%를 폐쇄할 예정이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2016 원자력발전 백서에서 밝힌 '전세계 폐쇄되는 원자력 발전 용량은 143GW이며, 106GW가 OECD 국가들에서 폐쇄된다. 특히 EU에서 63GW가 폐쇄될 예정이다'와도 다르지 않다.
 
문 정부도 원전을 더 짓지 말자는 것이지 모든 원전을 지금 중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정률 27%인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공론화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부가 최종 결정한다는 것일 뿐, 향후 60년 동안 가동될 신고리3,4호(공정률 99.6%)와 신한울1, 2호(공정률 93.7%) 외에도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 24기는 설계수명 40년을 꼬박 채우게 될 것이다.
 
영구적 위험인 원전에 비해 재생에너지는 안전하고 더 경제적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원전이익집단은 짐짓 합리를 가장한 거짓논리를 펴기도 한다. 가령, 선진국은 대체로 원전을 줄여가는 추세이지만 파리협정 발효에 따라 탄소감축 부담이 작용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는 대폭 축소하고 대신 원전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으니 우리도 안전하고 깨끗한 원전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무조건 원전을 늘여야 한다는 주장에 비해 제법 이성적이긴 하다. 이들이 빼 놓지 않고 하는 이야기는 특히 안전이다. 시민의 불안을 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원전 격납건물 내의 안전시설 및 기기는 다중 안전 원칙에 기반하여 설계되고 건설되므로 원자로 손상이 방지되고 방사능 외부 누출도 없다고 주장한다.
 
안전할까? 원전이 그토록 안전하다면 인구 절반이 모여 살고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는 서울과 경기도에 원전을 지어야 마땅하다. 서울 북부와 의정부는 단단한 화강암 지반에 기초하고 있으며 한강을 비롯한 한강 지류도 있으니 냉각수(온배수) 배출도 용이할 것이다.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에도 원전을 짓는데 추가령단층대라고 안될 이유가 없다. 원전사고는 쓰나미(지진해일) 때문이지 지진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안전한 장소가 있을까? 그런데 왜 저 멀리 바닷가에 원전을 밀집시키고 엄청난 송전탑을 세워서 지역민과 대립하면서 송전 중 전력을 낭비하고 있는가? 그토록 안전하다는 원전이 가동 이후 건설 기간보다 훨씬 긴 40년 이상의 폐로 기간을 요하는 것은 왜일까? 원전 가동 중 냉각수 배출로 인해 바다 온도가 높아져 발생하는 탄소와 폐로 기간 40년 동안 엄청난 원전시설관리로부터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왜 고려하지 않는가?
 
IAEA의 '세계의 원자로 2016년 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원전건설기간이 271개월이고 프랑스는 126개월이다. 그러나 중국은 68개월, 일본은 46개월, 한국은 56개월로 짧다. 가뜩이나 위험한 원전을 이렇게 빨리 건설해도 좋은 것인가? 설계도 중요하지만 이물질 하나라도 섞이면 재앙이 벌어지는 시공은 더욱 중요하다. 빨리 짓는 것이 기술이라고 자랑스러워 하지만 이는 안전보다 기술 경제성을 우선하는 저급한 사고일 뿐이다.
 
특히 전 세계 원전 부지 187곳 가운데 원자로 6기 이상이 모인 곳은 10~11곳 정도인데 한국은 4곳이 모두 해당된다. 더군다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보관은 매우 위태롭다. 매년 750t씩 쏟아져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에 따라 대한민국의 재처리는 금지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사용후핵연료를 각 원전 내에 대형수조에 임시저장 중인데 곧 포화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 반감기간은 무려 30만년이나 걸린다. 프리스턴대 물리학자이자 국제핵정책 전문가인 프랭크 반 히펠 교수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대형수조에 이상이 생길 경우 원자로 폭발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영구처분 방법은 방폐장을 확보해 500~1000m 깊이의 땅에 매립하는 것인데 그나마 매립지가 10만년 동안 이상이 없어야 한다는 엄청난 전제가 붙는다.
 
혹자는 전기차나 AI 등 제4차산업혁명은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고 예측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재 발전설비예비율은 60% 이상으로 과도한 전력설비용량을 갖추고 있으며 새로 신고리3,4호와 신한울1,2호 등 4대의 원전을 추가되었기에 충분하다. 원전 증설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더 이상의 재앙을 품을 수는 없다. 고에너지가 필요한 상품은 이미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한다. 대한민국은 저전력, 저탄소기술인 4차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간헐성은 극복되고 있다. 독일은 이미 20개 지역에서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심지어 대도시 프랑크푸르트는 대부분 화석연료에 기반한 전력을 공급받았으나 100% 재생에너지발전을 선언했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소수력과 풍력, 바이오 등을 통괄하여 분산공급 받는 에너지이다. 육상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40개 국가에서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재생에너지발전단가가 화석에너지발전단가와 같아 지는 균형점)를 달성했고 이미 21개 국가에서 디커플링(decoupling.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 활용으로 GDP 상승)도 실현했다. 재생에너지는 가장 저렴하면서 안전한 에너지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올 2월 발표한 ‘발전비용’을 보면, 2022년에 발전량 1㎿당 신형 원전은 11만1000원(세금 감면 미반영), 석탄화력발전(탄소포집장치 장착)은 13만8000원인 반면, 천연가스복합화력 9만2000원, 태양광은 7만5000원, 육상풍력 5만8000원이 될 것이라 한다.
 
혹자는 에너지안보를 걱정한다. 그러나 살펴 본 바와 같이 엄청난 선비용이 들고 한번 가동하면 멈추지 않아야 경제성이 보장되며 위험성이 높은 원전보다는 안전하며 친환경적이고 지역단위로 발전 가능한 재생에너지발전을 통해 에너지안보는 실현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발전은 화석연료 종식까지 앞당겨 기후변화 완화와 미세먼지 저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337만 시민과 기업의 참여로 366만 TOE(석유환산톤)를 감축했는데 이는 원전 2기 또는 석탄화력발전소 4기의 전력생산량에 해당된다. 이로서 819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했고 서울시의 전력자급률도 2.95%에서 5.5%로 상승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1조6600억원에 달한다. 서울 뿐 아니라 광역시 전체로 확산된다면 더 많은 전력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원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로부터 이익을 취하려는 집단들의 이기심의 발로에 불과하다. 원전이익공동체의 이익보다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고 절대적이기에 원전은 가지 말아야 할 길이었다. 건설에 초점을 맞춰온 원전기술은 해체로 초점을 이동해야 한다. 해체될 원전은 전세계에 상당수이며 기간도 1기당 40년 이상 걸린다. 가장 위험한 영역인 원전이 아니라면 원자력 적용영역은 상당히 넓고 융합학문으로 더욱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원자력관련 과학자들이 집중해야 할 분야는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이야말로 가장 큰 사회책임임을 가슴에 꼭 담아 두기를 당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열린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상훈 (사)푸른아시아 지속가능발전정책실 전문위원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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