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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생 마르탱섬은 어떻게 되었을까?
입력 : 2017-09-18 오전 8:00:00
지난 8월말과 9월초 카리브해 섬나라들과 멕시코만과 잇닿아 있는 미국의 텍사스주, 루지애나주, 플로리다주 등은 유례없는 기상재해에 큰 시련을 겪었다. 텍사스 휴스턴을 지나며 하루만에 760㎜의 ‘물폭탄’을 퍼부은 허리케인 ‘하비(Harvey)’에 이어 최고 등급인 5등급(카테고리 5)에 해당되는 ‘어마(Irma)’가 시속 295㎞의 속도로 카리브해를 할퀴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력한 허리케인이 두 개 연이어 발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과 플로리다주는 재난지역으로 선포됐을 정도로 엄청난 기상재해를 겪었다. 허리케인 ‘어마’는 플로리다주에서만 650만명에게 대피령이 발령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허리케인 ‘어마’가 대도시를 비껴나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우려했던 대형 참사는 피했던 것이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하늘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맑고 평온하지만 땅 위의 삶터는 처참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황폐화된다.
 
뉴스 보도의 경향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허리케인이 다가오기까지 피해를 우려하는 보도와 대피상황 등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쏟아진다. 피해상황까지도 경쟁적으로 보도한다. ‘허리케인 하비’ ‘허리케인 어마’를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2000건이 넘는 기사의 대부분은 미국의 주요 도시를 지나는데 피해가 어느 정도 될지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 허리케인이 닥쳤을 때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구조상황 시점에 이르면 뉴스 보도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유명 인사들이 피해 복구를 위해 기부금을 쾌척했다는 기사만 간간히 나올 뿐이다.
 
그러나 나는 재난을 당한 곳이 어떻게 복구되고 있는지, 피해 주민들에게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구호품은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세계 각국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카리브해의 조그만 섬나라들의 피해 복구에 어떤 도움의 손길이 닿고 있는지 궁금하다.
 
허리케인은 해상에서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진행하다 육지에 닿으면 그 세력이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꾸로 보자면 육지보다 해상에서 그 위력이 훨씬 강하다는 의미다. 그것은 곧 카리브해의 섬나라들이 피해를 훨씬 더 크게 입었을 것이란 걸 말한다. 홍수 등 재해 대비 인프라도 약한 마을들이 피해는 훨씬 크게 입었을 터인데 복구장비도 부족한 상태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평소 카리브해의 섬나라들은 지상낙원에 비유되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항상 낙원은 아닌 것 같다. 해마다 7~11월 몰아치는 허리케인이 지나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중에는 프랑스령 생 마르탱과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네덜란드령 신트 마르텐, 영국령에서 독립한 앤티카바부다 등이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조그만 섬나라들은 이번 허리케인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앤티카바부다에선 공식적으론 사망자 1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주민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생 마르탱은 섬 전체의 95%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신트 마르텐은 건물과 자동차들이 거의 모두 부셔졌고 8명이 희생되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성명을 통해 “신트 마르텐은 전력도 끊겼고 자동차와 주택은 물에 잠겼다”며 “날씨가 좋아지는 대로 구호물자를 수송할 것”이라고 했다. 버진 아일랜드에서는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생 마르탱섬에서는 인종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외신도 흘러나왔다. 구조당국이 섬에 있던 사람들을 다른 지역으로 피신시키기 위해 보트을 동원하였는데 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만 보트에 태웠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를 포함한 섬 주민들은 태우지 않았다고 한다.
 
극단적 기상재해는 인권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위기상황에서 어린이와 여성을 먼저 구하는 것은 말이 필요 없는 국제적 규범이다. 백인이 관광객이라고 먼저 구하는 것은 기본권이 실종된 상황이다. 수도가 끊겨 먹을 물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나 주택이 물에 잠겨 잠 잘 곳을 빼앗긴 것은 인간으로서 살아갈 기본권의 문제다. 빈곤계층이 재난을 당해도 더 크게 당하고 피해복구는 더 난망한 것이 현실이다.
 
재난을 당한 이 기본권이 어떻게 회복되는지 궁금한데 뉴스 검색에선 플로리다와 마이애미 피해복구 기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섬, 이름도 생소한 생 마르탱섬.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곳에 언제 전기가 들어올까? 집들은 언제 다시 지을 수 있고 주민들은 언제쯤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까?
 
이동형 푸른아시아 홍보국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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