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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코스닥, ‘본연의 매력’ 되찾으려면
입력 : 2017-09-29 오전 8:00:00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현대중공업, IBK기업은행, LG유플러스, 아시아나항공. 국내증시에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코스닥으로 상장해 유가증권(코스피)시장으로 소속을 옮긴 기업이다. 코스피 시장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한때 코스닥의 유망주였던 시절이 있었다.
 
1996년 7월에 출범한 코스닥은 올해로 22년째를 맞았다. 성년이 될 동안 코스닥은 우여곡절도 많았다. 가장 화려했던 시절은 2000년대 초반일 것이다. 전세계를 강타한 IT 열기에 힘입어 코스피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다. 코스피가 1000선에 미치지 못하던 당시 코스닥지수는 2900선을 넘나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종목들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투자 광풍에 휩싸였다. IT 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우리 금융투자 시장도 몇 단계 도약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거품은 오래가지 못했다. 급속도로 팽창했던 IT버블은 꺼지는 속도도 빨랐다. 코스닥은 그 이후 지금까지도 당시의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에서 ‘대장주’로 불렸던 많은 종목들이 코스피로 소속을 옮기고 있으며 이는 코스닥을 ‘2부리그’라고 불리게 한 이유가 됐다. 기관과 외국인들의 코스닥 투자비중은 코스피와 비교해 초라한 수준이다. 코스피가 몇 년간의 박스권에서 벗어나 재도약을 노리는 와중에도 코스닥은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테마주는 여전히 건재하다. 투기세력들의 작전을 근절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매번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기는 아직도 쉽지 않아 보인다.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옯겨간 기업의 대부분은 이전 상장 이후 현재까지 시가 총액이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네이버는 4.5배, 엔씨소프트는 15배나 늘어났다. 이같은 증가의 원인을 “이전 상장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코스피로 소속을 바꾸면서 기관과 외국인 등 이른바 ‘큰손’의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면, 이전 상장을 막을 명분도 근거도 사실상 없다.
 
하지만 코스닥의 존재 이유는 명백하다. IT,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성장성을 갖춘 첨단 벤처기업이 자리잡고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토양의 역할이다. 안정성과 자금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하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하이 리턴'이 가능한 기업을 육성해 내는 것이다. 
 
‘한국의 나스닥’을 표방해 온 코스닥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장주의 이탈을 막고 유망 기술주의 상장을 이끌기 위한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기관과 외국인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개인투자자에 편중된 코스닥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불법 행위는 철저히 단속하되 규제는 과감히 줄여 좀더 활기찬 시장 분위기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코스닥은 코스피의 2부리그가 아니라 ‘대체 시장’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코스피에서 접할 수 없는 미래 성장주가 코스닥의 주역이 돼야 한다. 코스닥이 코스피의 마이너 리그에 머문다면 금융투자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코스피 시장이 미처 하지 못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금융투자의 다양화, 선진화를 위해서도 코스닥이 맡은 역할은 막중하다.
 
손정협 증권부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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