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98.9%.’ 지난해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 이사회에서 통과된 원안 의결률이다. 이사회에 오른 10개 안건 중 9.9개의 안건이 원안 그대로 가결된 것이다.
부결된 1건은 하나금융의 ‘성과연동주식 보상제도 운영기준 개정안건’으로 사외이사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지만 해당 이유에 대해선 깜깜이다.
찬성표 역시 가결 결정만 공시될 뿐 구체적인 논의나 의견에 대해선 다뤄지지 않았다.
경영감시와 권력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그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사외이사 제도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할 과제는 단연 독립성 확보다.
통상 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에는 최고경영자(CEO)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회장과 사외이사가 각각 서로를 추천하는 '회전문식' 인사가 자행되며 기형적인 지배구조로 이어졌다.
여기에 사외이사 자격요건 또한 모호하다.
실제 지난해 말 개정된 농협금융과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충분한 실무 경험이나 전문지식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 ▲직무수행에 적합한 윤리의식과 책임성을 갖추고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꼽고 있다.
다만 충분한 경험과 시간 등의 자격요건은 상대적인 측면이 강해 결국 경영진의 입맛대로 사외이사가 추천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역시 사외이사 독립성에 혼선을 주는 요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금융노동조합이 추천하는 ‘근로자 이사제’ 도입은 은행 자율에 맡긴다고 선을 그었다.
각 부처별 대응안도 상이하다. 일례로 KB금융은 최근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최하점을 받은 사외이사를 잘못 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하점을 받은 사외이사가 윤종규 회장의 연임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금감원이 민간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평가결과를 보고 받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도 든다.
지난 1997년 도입된 사외이사제도는 금융지주 회장을 위한 거수기나 허수아비를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다. 본연의 목적에 맞게 독립성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고 사추위 독립성과 근로자 이사제 도입 등 스펙트럼을 확장해야 한다. 최근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외이사가 등장하길 기대한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