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신한(005450)금융지주가 계열사 사장 인사를 소폭으로 단행할 전망이다. 이번 인사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취임 후 1년 만에 실시되는 것으로 자회사 13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6곳의 수장이 인사 시험대에 오른다. 다만 이제 막 2년의 임기를 끝낸 수장이 많고, 실적과 경영 연속성을 중요시하는 신한금융 문화 특성상 대대적인 물갈이는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신한금융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는 내달 초 회의를 열고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회장 직속 기구인 자경위는 위원장인 조 회장을 필두로 박철, 이만우 등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으며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군을 선정하고 자격 요건을 검증, 추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경위에서 내정된 후보는 자회사별 임원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되지만, 계열사들이 신한금융의 완전 자회사인 만큼 사실상 자경위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인사 시험대에 오르는 계열사 대표는 모두 6명으로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과 이동대 제주은행장,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김영표 신한저축은행장, 설영오 신한캐피탈 사장,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대표 등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제주은행장과 신한저축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자리다. 통상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의 임기는 2년 보장에 1년을 연임하는 ‘2+1’ 체제이기 때문에 새로운 수장이 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한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지난해 9년 만에 리딩 뱅크 자리를 KB금융에 내줬기 때문에 선두 탈환을 위해 경영진 교체를 비롯한 다각적 전략을 펼칠 수도 있다.
지난 2014년 선임된 이동대 제주은행장은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4년간 제주은행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교체가 유력하다. 단 허창기 전 행장이 2009년부터 5년간 제주은행을 이끌었다는 전례가 있기 때문에 1년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과 김영표 신한저축은행장도 2015년 선임 이후 한 차례 연임하며 3년을 채우게 됐다. 지주 최고재무관리자 출신인 민 사장은 업계 처음으로 KRX300 인덱스펀드를 출시하고 생애주기펀드 상품을 마련하는 등 자산운용 수익률 극대화를 추진해왔다.
신한금융 순이익에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 미치지만, 작년 당기순이익(128억원)이 전년보다 37%나 오르는 등 성과를 보였다.
계열사 대표 가운데 가장 젊은 김영표 신한저축은행장은 취임 후 원스톱 중금리대출 플랫폼과 서민금융컨설팅 등을 중심으로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다른 계열사로 가거나 연임될 가능성이 있다.
2년의 임기를 채우고 연임 갈림길에 선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36년간 보험업계에 몸을 담아온 전통 보험맨으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한 사업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이 사장은 전국 영업점에서 진행되던 마감보고를 없애고 PC오프제를 도입하는 등 내실 안정화도 기해왔다. 이 결과 업계 최하위 수준이던 불완전판매비율은 작년 상반기 0.26%까지 떨어졌으며, 자산규모도 1년 새 10% 가량 늘었다. 지난해 생보와 카드 부문에서 KB금융을 앞지르며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신한생명 순이익(1206억원)이 법인세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19.9% 감소했고, 전임자인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의 경우 준수한 실적에도 연임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변수도 존재한다. 또 경쟁사인 KB금융지주가 인수합병 등을 통한 생보 부문 강화 방침을 내세운 상황이어서 새로운 인물을 등용해 쇄신을 꾀할 수도 있다.
이밖에 설영오 신한캐피탈 사장은 지난해 876억원의 당기순익을 시현하며 호실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연임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신한캐피탈의 당기순익은 2016년 보다 158.8% 증가한 규모다. 반면 이신기 대표가 맡고 있는 신한아이타스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5.1% 하락해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새로운 계열사 사장 후보군으로는 지난해 퇴임한 왕태욱, 권재중 서현주, 부행장과 임보혁 부사장이 거론된다. 통상 퇴임한 부행장을 계열사 CEO로 앉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지난해 자경위는 윤승욱 전 신한은행 부행장을 신한신용정보 사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통상 계열사 대표 임기는 2+1로 실시되기 때문에 대폭 교체가 되는 상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신한금융의 가치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인물로 추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