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BNK·DGB금융지주 등 지방금융지주들이 이달 말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진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BNK금융은 친(親)정부 성향의 인사를 영입하는 반면 DGB금융은 법조계 출신을 중심으로 한 인선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이들 지주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에 발맞춰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도 추진 중이다.
지방금융이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왼쪽부터) BNK금융, JB금융, DGB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DGB·
JB금융지주(175330)는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현재 임기 만료를 앞둔 지방금융지주 사외이사는 모두 12명으로 전체 사외이사의 80%에 달한다. 새롭게 추천된 사외이사의 면면은 지주사별로 각양각색이다.
앞서 BNK금융은 지난 5일 사외이사후보 추천내역 공시를 통해 손광익 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대표이사와 정기영 계명대 회계학과 명예교수, 유정준 전 한양증권 대표이사를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정기영 교수다.
1948년 경북 출생의 정 교수는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또 김대중 정부 시절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을 맡아 국내 기업 회계 기준을 재정비했으며, 대구은행과 국민은행 사외이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등도 역임했다.
정 후보와 더불어 BNK금융 내에서 친정부와 궤를 같이 하는 사외이사로는 재선임을 앞둔 문일재 대한석유협회 상근 부회장과 작년 선임된 윤인태 전 부산고등법원장이 있다.
문 사외이사는 참여정부 말기인 2008년 대통령실 경제정책 비서관을 지냈으며, 윤 사외이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경남고·부산출신 인사 모임인 ‘덕경회’ 멤버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 또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자문을 맡은 전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BNK금융 관계자는 "(정부 코드 맞추기에 염두를 둔게) 절대 아니다"며 "후보군 가운데 가장 적합한 후보를 선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BNK금융은 지배구조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BNK금융은 올해부터 기존 5명으로 이뤄지던 사외이사 체제에 2명을 추가해 7명으로 꾸리기로 했다. 이는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와 외부 견제 기능 강화를 위한 것으로 금융당국이 주문한 지배구조 개선에 발맞춘 행보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사회 내 사외이사 구성비율도 기존 71%에서 78%로 증가하게 됐다.
사외이사 후보군에는 소비자보호 및 정보기술 분야 전문가 그룹 신규 추가됐으며, 김 회장은 작년 말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이하 임추위)와 사추위에도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DGB금융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이담 법무법인 어울림 대표 변호사와 서인덕 영남대학교 명예교수를 추천했다. 1946년생인 서 교수는 영남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과 대학 동문이다. 이 변호사는 대구 대건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후 대구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했다.
DGB금융 사외이사 가운데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하종화 전 대구지방국세청장과 조해녕 전 대구광역시장은 연임이 추천됐다. 이렇게 되면 DGB금융 사외이사는 작년 선임된 전경태 사외이사를 포함해 모두 영남 출신으로 이뤄지게 된다.
이밖에 이재동 변호사의 경우 DGB금융 사외이사에서 대구은행의 신임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기며 구욱서 법무법인 다래 고문변호사는 대구은행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다.
DGB금융이 법조계 인사 중용에 나선 배경에는 박인규 DGB금융 회장의 비자금 조성 사태와 채용비리 등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박 회장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으며,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특혜 채용도 적발됐다.
한편 JB금융은 변화보다 안정에 중심을 뒀다.
JB금융의 사외이사 추천내역을 보면 이달 임기가 끝나는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김대곤 전 전라도 부지사, 최정수 변호사, 이용신 전 한국은행 국장이 재선임될 예정이다. 총 5명 중 2명만 교체되는 것이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김상국 전 SK차이나 대표와 이광철 홍익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들 사외이사는 현재 광주은행과 JB우리캐피탈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 이사진의 색깔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JB금융 관계자는 “변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배구조 관련해서는 임추위에 사내이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개선되는 등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