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KB금융(105560) 노조가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윤종규 지주회장 퇴진을 요구하며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가면서, 윤 회장이 한 달 반째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하는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조가 윤 회장 퇴진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등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권 채용비리 파장이 커지며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풍전등화에 처했다. 사진/뉴스토마토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한 달 반째 명동 사옥과 여의도 KB금융 타워 등으로 출근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KB금융노조협의회(이하 노조)가 여의도 본점 앞에서 윤 회장의 채용비리 연루를 비판하며 출근을 저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채용비리를 검사한 결과 국민은행이 2015년 신규 채용 당시 ‘VIP리스트’를 관리하며 윤 회장의 증손녀 등을 특혜 채용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의 연임이 논의되던 지난해 9월부터 본점 앞에서 농성투쟁을 시작한 노조는 지난달 1일을 시작으로 매일 아침 업무시간 전인 오전 9시까지 로비에서 윤 회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윤 회장 퇴진 투쟁은 본조와 지부들이 순환 결합하는 연대투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윤 회장은) 간부들이 임원용 엘리베이터를 지키고 있는 출근 시간에는 여의도 KB금융타워나 명동 사옥으로 간 후 오후에는 슬그머니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부 일정도 많기 때문에 동선을 일일이 알기 어렵다”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3일 주총을 앞두고 KB금융 이사회가 노조의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면서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현재 노조는 법원에 ‘KB금융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소수주주가 경영감시를 위해 제안한 사외이사 등 회의 목적사항에 대해 감시의 대상인 이사회가 반대의결권을 권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투명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KB금융 이사회는 윤종규 회장의 셀프 연임, 채용비리 등을 방관한 것도 모자라 법이 보장하는 주주의 권리조차 부인하려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KB금융 이사회는 윤종규 회장 선임 과정에서 윤 회장이 '도덕성' 등 평가 항목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 밝혀달라는 노조의 질의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한 바 있다”며 “이번 사건이 나쁜 전례로 남지 않도록 법원이 합리적으로 판단해주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또 “채용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윤 회장의 연임을 승인해 준 이사회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은행의 수장이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은 국민은행을 이용하는 고객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보기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KB금융 내 임직원들 또한 이 사태를 용납할 수 없는 상황으로, 윤종규 회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