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KB금융노동조합의 주주제안이 부결됐다.
23일
KB금융(105560)지주는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등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다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 등 노조가 주주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변경안건은 통과하지 못했다.
앞서 노조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해달라고 주총에 부의했으며,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공직자나 정당 활동에 2년 이상 종사한 인물을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이사로 선임하지 못하는 의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선임안건은 4.23%의 찬성(사전 투표 기준)을 얻는 데 그치며 결국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안건 상정 순서부터 이견이 빚어졌다.
한 소액 주주는 "이번 주총에서는 총 8건의 안건이 부의됐는데 노조가 제안한 7호 정관변경 안건과 8호 사외이사 선임안건은 2~5호 안건과 동일한 목적 사항"이라며 "회사의 주총안건과 소액주주가 주주제안한 안건을 분리한 것은 법이 보장하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감시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셀프연임과 증손녀 채용비리, 지배구조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진이 고액의 보수를 받으며 무엇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사회와 윤 회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장을 맡은 윤 회장은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이사회의 의견 표명을 명문화하고 있다"며 "기업은행이 KT&G 주총 안건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처럼, 이사회도 전체 주주의 이해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반대표명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사회는 주주들의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의견에 대해 당연히 귀를 열어두고 회사 이익에 부합되는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향"이라며 "이사회가 회장에게 종속됐다거나 셀프연임을 도왔다는 부분은 조심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회장은 또 "(주총 안건과 관련 없지만) 채용비리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국민은행은 지금까지 블라인드면접 등을 선제적으로 시행해왔고, 채용비리 사건 또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밖에도 주총이 열린 여의도 본점 앞에서는 소액주주인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가 KB금융의 LIG손보 불법인수 의혹 등을 이유로 윤 회장과 사외이사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선우석호 서울대 교수와 최명희 전 금융감독원 국제협력실장, 정구환 전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장이 신임 사외이사로 확정됐으며, 임기가 만료된 유석렬, 박재하, 한종수 사외이사는 유임됐다.
윤 회장은 “지난 한해 동안 주주들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냈다”며 “올해는 리딩뱅크의 위상을 정립하고, 글로벌과 디지털,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혁신적인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백아란기자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