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노동조합의 경영 참여로 관심을 모았던 첫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가 끝내 불발됐다. 노동조합에서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다시 기약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도입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은행지주 주주총회가 이변없이 마무리됐다. (왼쪽부터) 신한금융, KB금융지주 주주총회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개최된
신한지주(055550) 주총과 23일 열린 하나금융,
KB금융(105560)지주 등 주요 은행 금융지주의 정기주주총회는 안건 대부분이 원안대로 승인되며 막을 내렸다. 특히, 노동조합을 위시한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 등 주주제안 안건은 주주들의 반대로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국민은행 노조는 적극적인 경영 참여와 이사회 투명성 제고를 위해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등 주주제안을 부의했다. 하지만 찬성률은 출석 주식 수 대비 4.23%에 그치며 좌초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주총회에 이어 두 번째 불발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금융권에 처음 시도된 KB금융의 주주제안 제도는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일부로 참석해 목소리를 내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등 파수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9.79%)과 해외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권 교수의 이사회 활동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권고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해 11월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제고가 불분명하다”며 입장을 선회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KB금융 지분 69%를 보유한 JP모건 등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도 노조의 경영 참여에 반대를 표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총에 참석한 한 일반 주주 또한 “주주 입장에서는 주주 가치 제고가 가장 우선적이고 이를 위해선 (KB금융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노동자의 경영 참여 문제는) 사회 분위기가 성숙되고, 이것이 전반적인 흐름이 된다면 그때 가서 따라가면 된다”고 의견을 표했다.
금융권에서는 문재인정부 들어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는 데다
우리은행(000030)과 기업은행 등 범금융 차원에서도 주주제안을 포함한 노동이사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고있다.
실제 우리은행 노동조합은 작년 말 우리사주조합(지분율 5.35%)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 목적’에서 ‘향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주주제안’과 ‘우리사주제도에 의한 보유’로 변경했다. 신한은행 노동조합 역시 우리사주조합장(지분율 4.73%)을 노조가 담당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단 은행별로 지주사 전환 문제 등이 남아 있어 노조 차원의 움직임은 내년 경에나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주주제안과 회장 연임 여부가 결정된 이번 주총은 진짜 금융개혁이 시작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시금석이었지만 이런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면서 “이번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