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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은 쉽게 감독은 엄격하게…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숙제
"상장-폐지 모두 늘면 개인투자자 리스크 커"…사전검증 유효성 '관건'
입력 : 2018-04-04 오후 4:56:35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코스닥 활성화 조치의 일환으로 금융위원회가 4일 단행한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규정 개정의 골자는 상장 문턱을 낮추는 대신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코스닥 상장 요건에는 이익실현 요건과 이익 미실현요건(테슬라 요건)이 있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두 요건 모두 대폭 완화됐다.
 
먼저 이익실현 상장요건에서는 '계속사업이익이 있을 것'과 '자본잠식이 없을 것' 부분이 삭제됐으며 이익 기준도 '당기순이익 20억원 이상'에서 '법인세 차감전 이익 20억원'으로 완화됐다. 시가총액 기준도 3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다른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계속사업이익이 50억원 이상이면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다.
 
'테슬라 요건'이라 불리우는 이익 미실현 기업의 상장요건에는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50억원 이상 ▲시총 300억원 이상&매출액 100억원 이상이 신설됐다.
 
금융위는 아울러 불건전행위 기업 조기 퇴출을 위한 실질심사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도 문제 기업을 조기에 적발해 퇴출시킬 수 있도록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이번 상장요건 완화에 맞춰 불건전행위 우려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비적정에서 적정으로 감사의견 변경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관련 2회 연속 한정의견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의견 2회 연속 비적정 ▲불성실공시 벌점 15점 이상인 경우에는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불건전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예수의무도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최대주주 등이 자발적 보호예수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투자주의 환기종목 및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되고 상장주선인이 상장심사청구일 전 6월 이내에 취득한 지분에 대해 상장 후 1∼6개월간 보호예수의무가 부과된다.
 
아울러 특별법상 근거가 없는 조합 또는 실제 영업활동을 영위하지 않는 법인 또는 조합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에도 1년간 보호예수가 의무 부과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발적 보호예수 위반 및 상장주선인의 상장 전 지분 취득 사례 증가 등에 따른 이해상충 방지 필요성이 증가해 보호예수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며 "코스닥 시장 신뢰성 제고방안은 향후 코스피 시장에 대해서도 적용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상장 요건이 완화된 만큼 불건전행위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되지만 부실기업 상장과 퇴출로 인한 피해가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과거 사례를 되짚어 봤을때 닷컴 열풍이 불었던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93개 기업이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이후 절반이 넘는 247개사가 상장폐지됐다. 이로 인해 코스닥 지수는 무려 82%나 급락했다.
 
비슷한 기준인 기술특례 상장도 참고할 자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상장한 기업은 작년말 기준 총 43개며, 이 중 33개의 기업이 적자를 기록 중이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77%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부실기업’을 시장에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된다.
 
A증권사 센터장은 "닷컴 붐이 있던 시절의 코스닥은 기관들이 기대감으로 투자했지만 기업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시장 급락으로 이어졌다"며 “몇년 전 기술특례로 상장했던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지금은 흑자로 전환됐나를 한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독 강화를 통해 상장 기업의 퇴출이 용이해진다는 점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투자자들의 피해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면밀한 사전 검증이 요구된다. 하지만 기관투자자에 비해 정보가 부족한 개인의 경우에는 검증작업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쉬운 상장과 엄격한 감독으로 인해 결국 신규 상장하는 기업과 상장폐지되는 기업 모두 많아질 것"이라며 "업권의 특성상 사전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상장과 퇴출이 늘어나면 결국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투자자 보호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월9일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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