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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미세먼지 없는 서울, 숨 쉬고 싶은 지구”
48주년 맞은 지구의 날 기념 행사 열려
입력 : 2018-04-23 오전 8:00:10
1969년 1월 28일, 미국 정유회사 유니언 오일은 캘리포니아 주(州) 산타바바라 인근에서 폭발물을 이용해 원유 시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시추시설에서 파열이 일어났다. 갈라진 틈으로 쏟아져 나온 원유 10만배럴은 수백 평방마일에 달하는 인근 바다를 오염시켰다. 1970년 4월 22일 미국 전역에서 2000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 계기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게이로드 상원의원과 당시 하버드 대학교 학생이던 데니스 헤이즈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주도했던 이 시위가 ‘지구의 날’의 시초다.
 
이후 매년 4월 22일 세계 각지에선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려왔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위’로 출발했던 지구의 날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184개국 약 5만여개의 단체가 참여하는 세계적인 기념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22일 서울광장에서도 “미세먼지 없는 서울, 숨 쉬고 싶은 지구”라는 슬로건 아래 지구의 날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한국환경회의·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가 공동주최하고 28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2018년 지구의 날 조직위원회’가 주관한 행사이다. 올해 행사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사진)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4월 17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진행됐다.
 
지구의 날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환경회의를 소개해 달라.
2004년 말 환경 비상 시국회의라는 활동을 계기로 모인 환경단체들의 연대 기구다. 당시 환경파괴적인 정부의 개발 정책에 반대했던 환경단체들이 연대해 비상상황을 선언했고, 이후 해당 활동의 연장선에서 환경단체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현재의 한국환경회의다. 한국환경회의는 환경이슈가 불거질 때 연대하고, 각 회원단체 간의 상호협력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환경회의가 진행하는 지구의 날 행사는 올해로 몇 해 째인가?
2010년 첫 행사를 열었고 올해는 9번째 행사다. 지역별로 매년 다양한 지구의 날 행사가 진행되는데, 한국환경회의에서 진행하는 건 서울지역 행사다. 한국환경회의의 행사가 국내 전체 행사를 대표하진 않는다. 우리가 진행하는 행사와 별개로 지구의 날 자체는 올해로 48번째다. 지난 1970년 4월22일 미국에서 2000만명이 참여한 첫 행사 후 매년 지구의 날 행사를 추진하는 세계적 환경단체 ‘지구의 날 네트워크(Earth Day Network)’가 선정한 올해의 슬로건은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자”다. 각 국가의 환경단체들은 지구의 날 행사를 준비할 때 ‘지구의 날 네트워크’가 제시한 슬로건을 반영하면서도 자국의 환경이슈를 함께 제시하는 추세다.
 
한국환경회의의 올해 행사에서 주목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지구의 날 네트워크’가 제시하는 주제를 따르는 한편 국내의 환경 현안들을 포괄해서 주제를 선정하니, 포인트는 자연스레 후자에 맞춰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2012년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라 ‘탈원전’을 포인트로 잡았고, 2015년엔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를 계기로 일상의 안전과 유해물질로부터의 안전 문제를 포인트로 잡았다. 올해엔 플라스틱 오염 문제와 더불어 국내 현안인 ‘미세먼지’ 문제를 다룬다. “미세먼지 없는 서울, 숨 쉬고 싶은 지구”를 올해 지구의 날 행사 슬로건으로 정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심각하면서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환경문제가 미세먼지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날 조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환경회의 소속단체들, 사회적 기업 및 기타 여러 단체들이 각각 부스를 꾸려 시민 체험공간을 만들고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린다. 부스 외에 별도의 주제관을 설치했다.
 
환경문제의 양상과 현안이 국가마다 다르다고 했는데, 한국 환경문제의 양상과 현안은 무엇인가?
‘지구의 날 네트워크’가 행사 주제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선정한 것은 플라스틱 오염이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문제임을 시사한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올해 한국에선 ‘쓰레기 대란’으로 불거져 나왔다. 플라스틱 오염이란 세계적 환경문제가 한 국가의 정책이나 무역관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현안은 시기적으로 가장 크게 논란이 된 문제를 말한 것이다. 지구의 날이 있는 4월은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달이기도 해서 미세먼지 문제를 국내 환경문제의 현안이라고 본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말 그대로 재난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비상저감조치 시행도 잦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비상저감조치가 충분한 효과를 낸다고 보나?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비상저감조치의 정책 목적이다. 비상저감조치의 정책목적은 미세먼지 고농도 시에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시민의 위험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국내요인보다 중국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상황에선 국내의 비상저감조치를 통해 저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양이 제한적이긴 하다. 그럼에도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자구적인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그간 정부의 비상저감조치가 시민과 전문가의 입장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책으로는 충분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실시되는 차량부제나 사업장 조업 단축 같은 조치가 수도권 공공부문에 한정돼 있고, 민간과 지자체 참여를 권고했지만 명확한 방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상저감조치의 효과는 민간과 지자체의 참여를 이끌어낼 때 제고될 수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29일 비상저감조치를 민간과 지자체에까지 확대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미세먼지 저감 뿐 아니라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에서 시민의 ‘피해 노출 저감’도 중요하게 봐야한다. 최근 정부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PM2.5기준 35㎍/㎥)’ 이상일 경우 미세먼지 민감 질환(호흡기질환, 천식, 심·뇌혈관질환, 알레르기)을 앓는 학생이 질병결석을 할 수 있도록 훈령을 개정한 것은 피해 노출 저감을 위해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미세먼지 감축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나?
지금 필요한건 정책의 과단성, 그리고 일반시민과 기업이 따라갈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도 미세먼지 농도가 사회적 재난이라고 인식하긴 하지만, 인식에 비해 정책이 소극적인 편이다. 가령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5기 가동을 일시(3월~6월) 중단했지만,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던 9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 중 4기는 LNG발전소로 전환하고 5기는 배출 규제가 강화된다는 이유로 그대로 추진한다. 이런 면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과단성이 부족하다고 본다. 기업과 개인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빠른 시일 내에 나와야 한다고 본다.
 
최근 미세먼지 중국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관련 국민청원은 5일 만에 2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는데, 언론에선 미세먼지의 국내적 요인이 함께 지적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책임론’을 어떻게 봐야하나? 또 중국 책임론에 대한 인식과 별개로 국민청원과 같은 시민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나?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 오염물질이 지목되고 있는데, 타당한 지적이긴 하지만 국내 발생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의 오염물질 배출이나 개인의 자동차 운행과 같은 일상생활의 미세먼지 배출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책임을 물은 최근의 국민청원이 국내 요인을 도외시하고 모든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는 모습이라고 보진 않는다. 국민청원은 중국에 미세먼지 해결책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은 정부에 대한 질책이다. 중국에 대한 미세먼지 책임추궁이 국민이 느끼는 피해 강도에 비해 소극적인 것이다. 정부를 탓하는 게 아니라, 정부에게 적극성을 요구하는 움직임이라고 본다. 물론 이런 움직임과 별개로 미세먼지의 국내 요인을 해소하려면 개인과 기업의 미세먼지 감축 노력도 필요하다.
 
시민참여행사의 주제의식이 자연스레 ‘비닐 및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과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재 한국의 플라스틱 대란을 해결하려면 어떤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금 많이 논의되는 건 정부의 책임 내지 수거 관리 시스템 문제인데, 가장 강조하고픈 건 막대한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재활용이든 소각 및 매립이든 수거체계가 아무리 잘 갖춰져도 쓰레기 발생 자체가 원천적으로 줄어들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비닐봉투 사용량은 2015년 기준 1인당 420개로 독일의 6배, 핀란드의 100배에 달했다. 일회용 컵 사용량도 연간 260억개로 일평균 7000만개를 소비하고 있다. 지금처럼 일회용품을 사용한다면 아무리 수거를 잘 해도 언제든 ‘대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쓰레기 배출자는 어쨌거나 일반 시민이라는 점에서 시민의 행동변화가 중요하다. 일반 시민들이 본인 생활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에 대해 심각성을 깨닫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선 “안 쓰려야 안 쓸 수가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상품 포장 자체의 문제도 있지 않나.
기업과 시민의 책임은 선후관계로 볼 수 없다. 기업의 상품포장 체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시민도 쓰레기 이용량을 줄일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물론 제품 과대포장, 커피전문점의 1회용품 과다사용도 문제인 건 맞고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 안주해 ‘나도 1회용품을 과소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의 생활습관 변화만으로 뭐가 바뀌겠나 싶을 수 있지만, 개인이나 가정에서의 생활 패턴 변화가 모였을 때 오는 효과도 크다. 두 가지는 병행해서 해결할 문제지 선후관계로만 파악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미세먼지, 플라스틱 대란 모두에서 시민 참여를 중시하는 것 같다. 환경문제 해결에 있어서 시민이 직접 나서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환경피해 당사자가 시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책을 제시하든 하지 못하든, 결단을 내리든 못 내리든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피해자는 국민이다. 환경사안에 대해 개별 국민이 나서고 각자의 입장에서 대책 요구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요구 방법은 국민청원일 수도 있고, ‘미세먼지 대책 촉구 모임’과 같은 일반 시민 모임일 수도 있다. 환경문제의 당사자인 시민이 다양한 방법으로 직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건 당연하고도 중요한 문제다.
 
한국환경회의의 지구의 날 행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나?
시민이 행사 구성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지구의 날 행사는 보통은 정부, 지자체 또는 시민단체가 주관해왔고, 시민들은 ‘만들어진 판’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민들이 판을 만드는 주체가 됐으면 좋겠다. 환경에 대해 관심 있는 다양한 집단 또는 개인들이 지구의 날을 계기로 모여 행사를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 중고등학교의 동아리, 일반 시민의 소모임도 행사 주관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구의 날 행사가 시민들의 손에서 시작되는 행사로 발전하길 바란다.
지구의 날인 2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그린피스 관계자와 시민들이 남극해 보호구역 지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예람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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