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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중국, 4년 간 미세먼지 32% 줄어”
오기출 (사)푸른아시아 사무총장 "미세먼지 정책 패러다임 바뀔 때"
입력 : 2018-04-16 오전 8:00:10
한국이 미세먼지로 전례 없는 위난을 겪는 가운데 정작 베이징 하늘은 바뀌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전국인민대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성) 주변 지역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를 최근 4년 간 평균 32%를 저감했다고 발표했다. 시민들의 삶도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마스크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시민이 많아졌다.
 
미세먼지 책임을 어디에 물어야 할까. <한 개의 나무를 심으면 복이 온다> 저자인 (사)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에게 이른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진실과 향후 미세먼지 정책의 방향을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2일 푸른아시아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국제사회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중국의 이미지는.
우리나라에서 중국은 미세먼지 '폭탄'을 던진 나라로 묘사된다. 그런데 이건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2016-2017년 UN 기후변화협약총회에서 나타난 국제사회 속의 이미지와는 많이 동떨어졌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청정에너지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로, 미국보다 평균 두 배나 많다. 또 중국은 현재 자국 내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연간 500G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청정에너지는 실생활에 활용되고 있으며, 현재 베이징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하나도 없다. 참고로 우리나라 전체 발전시설규모가 108GW다.
 
-베이징 공기가 좋아졌다는데, 중국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었나.
2013년부터 중국은 경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고탄소 사회에서 저탄소 사회로 이행한다는 미래상을 꿈꾸고 있다. 정확한 시기는 2013년 전국인민대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국내 제1현안으로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언하면서부터다.
 
가장 두드러진 노력은 전폭적 투자다. 13년도 발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중국은 징진지(京津冀), 즉 베이징·톈진·허베이성에 해당하는 수도권 지역의 대기오염을 25%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여기에 5년 간 2770억 달러(한화 약 305조 원)를 집행했다.
 
그러나 석탄 사용량을 대번에 줄이기는 쉽지 않았다. 지방정부가 공장을 보호하고 있고, 일자리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중앙정부 입장도 있었기 때문이다. 초반 목표와 달리 석탄 감축이 3%를 밑돌자 중국은 16년도 다시 5개년 계획을 발표한다. 이 때는 아예 석탄 감축량을 정한다. 약 50억 톤에 달하는 중국의 석탄 발전규모에서 8억 톤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시 한화 약 450조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둘째로는 2013년부터 군인 6만여 명을 동원해 대기오염 흡수원으로 나무를 5년 간 심었다. 중국 정부 공식 발표에 의하면 허베이, 베이징, 내몽골 지역을 합쳐 총 33.8만㎢에 수목 정책을 실시했다.
 
-왜 중국은 이런 노력을 했나.
사실 중국은 ‘좋은 일을 한다’ 같은 국제적 인정에는 큰 관심이 없다. ‘대기오염과의 전쟁’은 자국 내 절박한 여론이 추동시킨 결과다.
 
2013년 이전 중국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는 1월마다 최대 1000㎍(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다. 2012년 WHO는 미세먼지에 의한 전 세계 조기사망자 수를 연간 300만명, 그 중 절반이 중국에서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여기서 수도권 세 지역의 조기사망자 수만 110만에 이른다.
 
중국의 중앙정부가 가장 겁내는 것이 자국 중산층이다. 선거로 탄생한 정권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지지로 유지하고 있는 정권이기 때문이다. 베이징·톈진·허베이, 중국의 심장부인 이 세 지역의 시민들이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에 의문을 가지게 되면 중국 공산당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대기오염·온실가스 감축이 중국 정권의 생명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가 된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미세먼지, 그 이전에 황사의 역사부터 살펴야 한다. 2002년 3월 24일 납·카드뮴·다이옥신 등에 오염된 황사가 한반도에 처음으로 상륙한다. 당일 서울 황사 농도가 2046㎍으로 올라간다. 사상 초유의 공격인 셈이다.
 
2002년에 몽골에서 큰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황사가 우리나라를 강타하기 한 달 전, 우리나라 설을 즈음해 몽골에 갑자기 폭설이 30cm가량 내린다. 20일 이상 영하 50도가 지속되면서 가축 1000만마리가 굶어죽었다. 여름에는 기온이 혹서(酷暑)가 찾아왔다. 북극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기온이 가장 많이 오른 나라가 몽골이다(2℃). 몽골 땅을 2~3m 파면 원래 여름에도 얼어 있는 ‘영구동토층’이 어디서든 발견됐는데, 2002년 이 지층이 80%가량 녹으면서 초원과 강, 호수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현재까지 몽골에서 887개의 강이 사라지고 1160개의 호수가 말랐다. 여름과 겨울의 대비는 급속한 사막화를 가져왔고, 잦은 모래폭풍을 만들어냈다.
 
중국은 황사발원지라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황사진원지는 모래먼지 폭풍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2013년 한-중 정부 관계부처 합동조사에 의하면 2007년까지 중국 북동부 지역의 모래먼지 폭풍 발생 일수는 연평균 2.5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몽골은 1991년에 11일 정도 발생하던 것이 2009년에는 48일까지 급증했다. 국제사회에서 사용하는 통계이며, 정확한 사실관계다. (국내 미세먼지의 외적 요인만 본다면) 몽골의 모래폭풍이라는 운반체가 중국의 미세한 대기오염 물질이란 탄두를 싣고 한반도에 상륙하는 것이 바로 미세먼지다.
 
-국내에선 미세먼지·황사가 중국 사막에서 발원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중요한 질문이, 한국과 가까이에 있으면 황사가 많이 오고, 멀리 있으면 황사가 안 오느냐는 것이다. 중국에서 한국과 가장 가까운 사막이 신의주에서 500㎞ 떨어져 있는 커얼친 사막이고, 그 다음이 몽골과 국경을 접한 한반도 북서 방향의 쿠부치 사막이다. 우리나라에서 황사 피해의 주요 발원지로 꼽는 사막들이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가깝기 때문에 중국에서 황사가 온다고 하는데, 컬친이나 쿠부치 사막은 한국 황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황사는 모래먼지 폭풍이다. 폭풍을 순회하던 입자들은 무거운 순서대로 지상에 떨어지게 되어 있다. 제일 무거운 것이 몽골 고비 사막에 떨어지기 때문에 그곳은 주로 자갈·바위로 이루어진 바위 사막이다. 고비 사막의 모래는 3%밖에 되지 않는다. 그 다음 무거운 것이 쿠부치에 떨어지고, 가장 가벼운 것이 컬친 사막에 떨어진다. 10㎍ 이하, 그러니까 머리카락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입자가 미세먼지인데, 이건 부유물질이다. 다 떨어지고 난 다음에 한반도까지 날아오는 것이다.
 
커얼친과 쿠부치는 1950년대까지는 초원 지대였던 곳이다. 태곳적부터 지구상에 있던 사막이 아니므로 사막화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몽골의 사막화 지역에 비해 입자가 큰 모래로 구성되어 있다. 커얼친과 쿠부치의 사막화는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 입자가 바람을 타고 오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낙하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얼친에서 쿠부치 사막에서 날아온 황사는 한국에 없다. 쿠부치 사막의 자연적 이동속도는 연간 100m 정도다. 그렇게 와서 한국에 언제 닿겠나.
 
아주 미세한 황사·모래먼지는 그럼 어디서 발원하는가. 최근에 초원 지대가 황폐화·사막화된 지역, 몽골의 넓은 사막화 지역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림청은 지속적으로 쿠부치에 식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커얼친과 쿠부치도 지속적으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단순히 거리상 한반도와 가깝다는 이유로 이곳에 미세먼지 탓을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 정가에서 몽골과 중국 사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다.
 
-국내 중앙-지방의 정책 방향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
현재 인식해야 할 전제는 먼저 현재의 대기문제가 인류사에서 처음 겪는 사태란 점이다. 결국 기후변화라는 전제 하에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고탄소 사회에서 저탄소 사회로 바꿔나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진다. 또 다른 전제로 동북아시아의 초국적 문제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몽골-중국-한국-북한-일본이 책임과 피해의 상호관계에 얽혀 있다. 북한의 미세먼지도 한국으로 내려오고 있고, 한국의 미세먼지도 일본을 향하지 않겠나.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시아 전체를 시야에 둬야 한다.
 
누구 탓을 섣불리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도 일본이나 중국에 끼치는 책임이 있지 않겠나. 실제로 일본은 자국 미세먼지의 40%가 한국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흡수지역에서의 현행 저감대책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동물질은 관리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오염황사·미세먼지 피해 관리는 발원지역 관리와 흡수지역 관리로 나뉜다. 현재 비산먼지를 관리하기 위해 도로에 물을 뿌리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에 닫는 등의 저감대책이 이뤄지고 있다. 시민들은 예보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추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흡수지역의 당일 대응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이미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고농도로 발생한 현지에서 차량 2부제를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염을 더 높이지 않는 의미는 있겠지만. 평소에 잘해야 한다.
 
-획기적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그런데 환경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중국처럼 석탄화력발전소를 대대적으로 폐쇄하거나, 제조업의 오염물질 배출원을 관리하려면 산자부가 움직여야 하는데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문제다. 결국 남·북평화현안이나 북·미현안처럼 대통령이 제1현안 의제로 격상시키고 투자해야 한다.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환경단체나 시민의 역할은 무엇일까.
미세먼지 문제에 일반 시민, 소비자는 얼마나 책임이 있을까. 자동차, 발전, 철강 등 한국에서 석탄을 사용하는 부문은 대부분 대자본의 영역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 다국적기업 대자본이 유치시킨 생산공장들이 오염 황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민들이 소비자고 피해자인 셈이다. 대자본이 만들어 낸 공기청정기는 한 대에 150만원인데, 정확한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이것을 몇 대씩 집에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시민들은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소비자로서 내 돈 주고 전기 쓰고 있지 않나. 안전하고 청정한 전기를 만들자. 내가 돈을 내는데 왜 산자부나 한전이 결정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계속해서 제기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국내 발전방식의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석탄을 이용하는 제조업 부문의 대기업에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에너지 민주주의고 환경정의다.
일상에서 시민들이 대기오염 현안을 토론하고 일상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환경단체들은 일선의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출로(出路)’의 문제고, 시민들이 돌파할 문제다. 중국 중산층들은 이미 시작한 일이다.
몽골 돈드고비 (사)푸른아시아 조림장 주변의 모래폭풍. 사진/푸른아시아
정윤하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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