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산업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리드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 플레이어가 중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에 거는 기대가 특히 큰 이유다"
지난해 7월,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축사 중 일부다.
최 위원장은 취임 이래 혁신적 플레이어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해 왔다. 금융 분야에서 ‘Some thing new’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을 원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누차 강조해왔고 이는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업진입체계 개편’으로 이어졌다.
발표에는 K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인터넷은행이 출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인가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는 새로운 금융업 인가시 금융산업 및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 발표에서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 후 시중은행들 간의 가격경쟁과 모바일서비스 확대 등 매기효과를 가져왔다고 이미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놓은 상황이다.
문제는 가격경쟁과 24시 통장 개설 등 인터넷 서비스 강화가 최 위원장이 기대하던 ‘혁신적’인 부분이냐는 점이다.
금융위가 밝힌 인터넷은행의 영향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혁신적이라고 하기에는 분명 부족한 부분들이다.
오히려 중금리 대출, 전세자금대출, 모바일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등 시중 은행에서 이미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을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인터넷은행들이 ‘혁신’을 이루지 못한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금산분리와 개인정보보호법 등 해묵은 과제들이 혁신으로 가는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한 인터넷뱅크 관계자는 "새롭고 모험적인 상품을 출시하고 싶어도, 성공 여부의 불투명으로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진행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다"며 "기술을 가진 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주도하고 싶지만 금산분리로 최대주주가 되지 못해 제약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또한 인터넷은행에게 난제 중 하나다.
예를 들면 20∼30대가 특정 단어를 많이 활용할 경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금융상품 출시를 추진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정보를 활용할 수 없어 가로막힌 상황이다.
이런 제약들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새로운 인터넷은행의 인가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은 그저 그런 은행을 하나 더 늘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중요한 것은 개수가 아니다.
처음 금융위에서 ‘혁신적’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구하기 위해 담당 부서에 연락한 적 있었다.
당시 해당 부서원들은 너도 나도 설명을 못하더니 결국 다시 연락을 준다는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정말 혁신적인 것이라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고 설명 못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위가 준비해야 할 것은 어설픈 기업 늘리기가 아니라, 기업들이 맘껏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장부터 마련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양진영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