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매출활동 및 담보여력이 취약해 은행 대출이 어려운 스타트업에 미국 '벤처대출(Venture Debt)'을 도입해 자본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벤처대출을 국내에 도입하기에 앞서, 은행과 스타트업간의 신뢰 등 벤처시장의 성숙한 기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6일 박희원 산업은행 미래전략개발부 전임연구원의 '해외 스타트업 대출상품 사례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실리콘 밸리 등에 기반을 둔 다수의 스사트업 성공 사례가 탄생하고 있는 등 정부의 정책아래 혁신적 벤처창업 생태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통상 필요 자금을 대부분 자본투자로 조달하는 스타트업은 성장을 거듭할 수록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그나마 초기에는 위험을 부담하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지만 후속투자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오히려 과도한 자본투자로 지분이 희석돼 경영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박희원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금창출능력과 담보여력이 취약한 스타트업은 은행의 대출을 이용하기 곤란한 실정"이라며 "은행이 리스크에 민감하고 안정적인 상환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모험자본인 '벤처대출'을 스타트업에 대폭 지원 중이다. 벤처대출은 금융기관이 벤처캐피탈(VC) 등 자본투자자가 1차적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에 대출을 제공하고, 이후 VC의 추가투자를 상환재원으로 활용한다.
벤처대출이 VC로부터 1차 자본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게 지원하는 이유는 통상 투자를 받은 직후 약 4년 동안은 스타트업 부도율이 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벤처대출은 VC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만을 대상으로 약 3~4년 이내 대출을 제공할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로 대출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박 연구원은 "일반 여심심사에서 중시되는 현금흐름이나 담보가치는 스타트업이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VC 자본투자 자금은 수익이 발생하기 이전의 스타트업도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벤처대출이 은행과 스타트업이 서로 윈-윈(Win-Win)을 도모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지만 국내 일반 상업은행에게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VC와 스타트업과의 협력관계가 우선 선행돼야 하지만 대부분 상업은행이 그러한 기반을 갖고 있지 못한다.
박 연구원은 "미국의 벤처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도 대부분 벤처업계와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하고 있다"며 "더구나 스타트업에 먼저 투자한 VC의 위상이 벤처대출 실행 여부의 중요한 기준인데, 국내 VC는 벤처시장에서 미국과 필적하는 자금력 및 위상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벤처시장의 여건이 보다 성숙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과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