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새해부터 보험대리점(GA)들이 잇달아 금융감독원의 제재 조치를 받고 있다. 다른 보험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한 보험계약모집으로 수수료를 받거나, 가입자에게 금품 등 특별이익을 제공하는 등 불법행위가 적발된 탓이다.
10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당국의 제재 조치를 받은 5곳 중 4곳은 GA로 나타났다. GA는 보험회사와는 독립된 별개의 판매모집조직으로, 한 보험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다양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그린나래텔레서비스, 현대금융서비스, 피플라이프 3곳은 모두 다른 모집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한 모험모집으로 제재를 받았다. 특히 그린나래텔레서비스는 전 소속 보험설계사 4명이 모집한 손해보험계약 21건을 같은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모집한 것으로 처리하고 수수료 3200만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해당 GA는 과태료 730만원과 함께 임원 1명에게는 주의적 경고 조치가 내려졌으며, 설계사 4명은 과태료 20~70만원을 물게 됐다.
지난달에도 GA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는 총 45건 중 35.5%(16건)에 달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GA 두 곳의 등록이 취소됐다. 헤리스(개인) 보험대리점은 총 168건의 손해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보험계약자들에게 자필서명을 받지 않고 서명을 대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자필서명을 받지 않거나, 서명을 타인이 하는 경우는 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에 해당한다.
엠지인슈 보험대리점의 경우 손해보험계약 674건과 관련, 보험 모집자격이 없는 8명에게 수수료 총 31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대리점 등록이 취소됐다. 엠지인슈는 또 보험계약 시 1800만원의 금품을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GA채널의 부당영업행위는 보험사들의 GA 의존도가 심해지는 가운데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한 GA들간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GA는 그 규모나 영향력에 비해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적절한 규제가 없어 부당영업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A업계 1위인 지에이코리아도 지난달 보험모집과 관련해 보험모집 자격이 없거나 소속 보험설계사가 아닌 이들에게 부당 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GA들의 부문별한 영업이 이어지면서 불완전판매도 덩달아 불어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GA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0.28%로, 전체 판매 채널 평균인 0.22%를 넘어섰다. GA를 통한 보험판매의 2년 내 해지율은 30%를 웃돈다. 지난 2017년 금감원이 GA에 내린 제재 건수는 총 79건으로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금융당국도 GA에 대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보험사들의 과도한 수수료 지급이 GA간 과당 경쟁을 부추겼다고 보고 수수료 판매 체계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위는 계약 체결 때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와 수당 등을 모집 종사자별로 차등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내에는 보험소비자가 보험설계사의 정상모집 여부 등 기본정보와 제재이력, 불완전판매율 등을 직접 조회할 수 있는 'e-클린보험 시스템'과 GA공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통합 공시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올 들어 보험대리점(GA) 4곳에 부당영업행위를 근거로 제재 조치를 내렸다. 사진/뉴시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