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나서면서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사회책임펀드(SRI)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의 의결권 행사지침)를 도입하면서 SRI 투자철학을 담은 펀드 규모는 더욱 확대될 걸로 기대된다.
24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액 100억원 이상으로 운용되는 SRI펀드(ETF 포함)는 9개(대표펀드 기준)다. 이 중 ABL글로벌자산운용의 'ABL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A' 펀드가 468억원으로 설정 규모가 가장 크다. 이어 '하이포커스리더스150 ETF'(316억원), '미래에셋좋은기업ESG C5'(295억원), '삼성KODEX MSCI ESG유너버설증권ETF'(239억원), '마이다스책임투자 1'(236억원)이 운용규모 상위 펀드들이다.
설정액 100억 이상 SRI펀드(1월23일 기준). 자료/한국펀드평가(단위: 억원/%)
지난 1년간의 수익률을 보면, 여느 주식형펀드와 마찬가지로 부진한 성과였다. 대다수가 손실을 기록했고, 크게는 20%대 마이너스가 나기도 했다.
최근 1개월간의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멀티에셋글로벌클린에너지 C1'이 7.1%로 성과가 가장 돋보인다. '키움퓨처에너지 A1'(6.7%)나 ,'ABL글로벌에코테크 A'(6.3%) 성과도 좋았다. 설정규모 1위인 'ABL기업가치향상장기 A'도 4.0% 수익을 냈다.
주식시장에서 행동주의는 대량 주식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로 오른 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주식가치를 높이는 것을 추구하는 투자방식을 말한다.
SRI 펀드는 주주 친화정책 성향에 기업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단순히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 보는 게 아니라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ESG 평가를 거쳐 투자대상을 선정한다. 특히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강성부펀드)가 한진칼 지분 인수와 함께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에 대해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투자자의 주주서한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주주행동주의가 다양한 주식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핵심 지배지분을 가진 각 기업집단별 지배구조에 있는 주식에 대한 재평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2018년 현대모비스-글로비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엘리엇, 2005년 KT&G에 적대적 M&A를 시도했던 칼 아이칸 등이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중심이었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규모는 2017년 기준 1256억달러로 2011년 대비 147% 증가했다. 주로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최근 아시아 지역도 유럽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투자 유형은 적극적 행동주의 펀드가 주류이며 뱅가드,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등 패시브 투자자들도 행동주의를 늘려가고 있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연기금을 비롯해 여러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시작했고, 섀도보팅 폐지, 전자투표 도입,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제도적으로도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무리한 경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점점 제한될 것"이라며 "행동주의 펀드는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